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흥행돌풍이 무섭다. 10여년간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의 갈무리에 팬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관객수는 13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영화 ‘아바타(2009)’의 관람기록마저 넘어서면서 ‘어벤져스’는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아, 제목만 보고 지레 분노하지 마시라. 필자 역시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관계로 이 글에 스포일러는 없다.

온갖 슈퍼히어로들이 집결했다지만, 어벤져스의 두축은 결국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2016)’에서 본격화 된 둘의 갈등은 사실 첫 만남부터 시작됐다. 이상을 추구하는 원칙주의자, ‘참군인’ 스티븐 로저스와 전략가이자 현실주의자인 ‘공학도 출신 CEO’ 토니 스타크는 모든 면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두 영웅의 주장이 각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모두 그들만의 철학이 있고, 그들만의 상처가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만의 대안이 있다. 많은 팬들이 캡틴과 아이언맨 진영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도 이들의 철학과 방향성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대립하는 이들의 모습은 날선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국회와도 닮았다.

법안을 하나 개정할 때에도,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에도, 기존의 제도를 개선할 때에도 무엇 하나 쉽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 시장의 자율성 확대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 국가재정의 역할 강화와 예산·세수에 대한 고려는 각각의 헌법적 근거를 가진다.

사실 이들 대부분의 주장에 옳고 그름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각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설득력이 있고, 그 안에는 각각 경청할 만한 논리와 외면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녹아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택시업계와 IT업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유경제가 부상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것에 뒤쳐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휘말려 파괴되는 전통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보듬는 것 역시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결국 이런 갈등과 헌법적 가치의 충돌을 녹여내고 봉합하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아직 우리 국회가 ‘어벤져스’ 정도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 역할이 절실할 때 제 역할을 못한다면, 국민이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어벤져스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안을 고심하던 때였다. 반대로 팀이 와해됐을 때 이들은 로키에게 농락 당하거나 타노스의 침공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국가적 현안 앞에 무기력한 국회를 보며 국민들이 느낄 실망감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 속히 국회가 정상화되어 새로운 힘을 집결시켜주길 기원한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고민할 때 국민들 역시 뜨겁게 호응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기홍 변호사·국회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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