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변호사 시절 처음으로 내게 떨어진 과제는 이혼사건의 소장 초안 작성이었다.

의욕이 충만한 수습변호사였던 나는 증거자료를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대표변호사님께서 의뢰인을 만나 상담일지 형태로 작성해 두신 이혼을 청구하게 된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어내려 간 후, 증거자료로 제출될 욕설이 녹음되어 있는 음성 파일을 생생히 듣고 나니, 배우자와의 계속된 갈등으로 실어증에 걸려버린 자녀의 이야기를 작성할 때쯤엔 이미 나는 목 놓아 엉엉 울고 있었다.

야근을 하다 말고 선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쯤을 울었던 것 같다. 내가 다 울었다 싶을 때 쯤, 선배 변호사는 의연하게 ”네가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앞으로 더 잘 살아나갈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변론을 잘해주면 된다”라고 얘기 해주었다. 아마 그때의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완전히 몰랐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혼자서 꽤 많은 눈물을 쏟았다. 사건을 들여다보며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서면을 쓰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이제 와서 지면을 빌려 고백하는 것이지만, 형사사건 마지막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인 의뢰인을 옆에 두고 눈물의 최후변론을 읽어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억울하고 화가 날수록 눈물 대신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 하나를 더 찾아내기 위한, 사실관계부터 데칼코마니처럼 딱 들어맞는 판례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한 그런 악다구니 말이다.

나는 더 이상 눈물을 터뜨리지 않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어쩌면 변호사로서 우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면을 쓰며 펑펑 울었던 의뢰인을 위한 내 마음과 열정만큼은 오래도록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안수지 변호사

서울회·오세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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