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사업주 의사만으로 도산 판단해선 안돼”
근로 직원, 업무계획 등 사업 실체 없다면 도산으로 봐야

사업주가 사업을 계속할 의사가 있더라도 사실상 폐업 상태라면 도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직원이 근무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할 재산이 없는 등 폐업에 가까운 업체에 대해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지청 처분을 취소했다. 사업주가 명확한 사업 계속 의사를 밝힌다는 것만으로 도산 등 사실인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된 A업체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투자업을 하던 중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당시 재직하던 근로자 B씨에게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2017년 7월부터 시작된 임금 체불은 지난해 2월 B씨가 퇴사할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 약 20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A업체가 가진 재산이 없어 받지 못했다.

이후 B씨는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A업체 도산을 인정해달라고 관할 노동지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해당 노동지청은 A업체 사업주가 사업 계속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고, 사업자등록도 말소되지 않았다며 도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중앙행심위에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지청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업체가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등 사실상 폐업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앙행심위는 ▲B씨가 퇴사한 이후로 A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이 없는 점 ▲노동지청 조사 당시 A업체로부터 회수 가능한 재산이 전혀 없었던 점 ▲A업체가 임차한 3.3㎡ 크기 사무실만으로는 통상적인 사무실 공간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업계획이나 거래처 확보 등 A업체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들어 B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허재우 중앙행심위 행정심판국장은 “앞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사업주가 밝힌 사업 계속 의사만으로 도산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근로자들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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