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함에 있어 일과 가정이 양립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는 이제는 누구나 들어봤을 법하고 그 취지에는 공감하는 개념이 된 듯하다. 그러나 실제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해주고 결과를 내야하는 변호사 업무 특성도 있을 뿐 아니라 현재 변호사들의 경제적인 현실에 비춰볼 때, 변호사들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은 다른 사람들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2018년 변호사의 일·가정 양립과 여성변호사 채용·근무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 설문조사는 여성변호사의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여성변호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라 여성변호사와 관련된 질문이 중심이었다. 결국 여성변호사들도 접근하기 힘들다는 결과라는 것인데 이에 비추어 볼 때 남성변호사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권리는 사장되어있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당시 설문조사를 함에 있어 일·가정 양립에 관한 질문 사항이 있었으니 여성변호사들 뿐 아니라 모든 변호사들을 상대로 더 포괄적인 질문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일·가정 양립의 문제는 모든 변호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치 여성만이 이러한 특혜를 받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해야하는 것처럼 인식이 굳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급하지 않은 일임에도 24시간 콜센터처럼 변호사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하는 의뢰인들에게 답변을 해야 하고, 주말 업무처리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에서 고통받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처해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간 변협의 노력이 회원에게 얼마나 변화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다. 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변협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일·가정 양립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일가정 양립을 잘 실천하는 법률사무소에 형식적으로 시상만 할 것이 아니라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좋은 사례를 만들도록 유도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