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상이라면 ‘차력사’를 알 것이다. 차력사가 사람들 앞에서 맨손으로 못을 박고, 입으로 밧줄을 물고 차를 끄는 등 기예를 보여주면, 그와 짝을 이룬 약장수가 “이 약만 먹으면 저렇게 된다”며 소위 ‘만병통치약’을 판다. 이렇듯 차력사는 대중적으로 ‘남들을 현혹하는 사람’ ‘약팔이’ ‘사기꾼’ 등으로 통용된다. 우리 변호사들도 대중들에게 그렇게 취급되지는 않는가?

차력(借力)은 한자 그대로 힘을 빌려온다는 의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차력은 ‘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려 몸과 기운을 굳세게 하다’라는 뜻인데, 차력사는 다른 곳에서 ‘힘을 빌려’온다는 점에서 변호사와 다르지 않다. 마블 영화의 ‘캡틴 아메리카’가 ‘슈퍼 솔저 혈청’에서, ‘캡틴 마블’이 ‘크리족’의 피에서 힘을 빌려왔듯이, 변호사도 ‘다른 곳’에서 힘을 빌려온 자들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좁게는 변호사법, 넓게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에서, 더 크게는 국가에서 온다. 검사, 판사 등 법조인도 마찬가지다.

법정에 처음 가 본 사람은 그 위압감에 움츠러든다. 자신이 피고 혹은 피고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법정? 법정은 그냥 구조물일 뿐이다. 법복? 판사의 신분을 나타내는 옷일 뿐이다. 그렇다면 판사? 판사도 법정을 떠나면 공무원일 뿐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법조삼륜의 힘은 국가에서 오고, 국가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빌려’ 준 그 힘을, 법조삼륜은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가. 법조인들은 국민으로부터 충분히 신뢰 받고 있는가?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에서 과거 자신이 만든 판결문과 싸우고 있고, 전 법무부 차관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동영상이 포털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린다. 전관임을 내세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50억의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 등 변호사 출신 범죄자들은 따로 셀 수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를 ‘차력사’와 비교하면 오히려 ‘차력사’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빌려서 내 것처럼 행세하고 산다. 부모님의 사랑이나 IPTV에서 결제한 영화처럼, 평생동안 빌릴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평생 빌릴 수 있다고 하여 내 것은 아니며, 언젠가는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톱스타 자리이든 인스타그램 유명인이든, 변호사 자격이 되었든 대법원장 직위가 되었든 마찬가지다. 모두 (대중 또는)국민에게서 빌린 것이다. 그런데 해당 지위를 빌리는 데에 많은 대가(시간과 노력)가 들었다고 자기 것인 양 휘두르는 자들이 있다. 빌린 것을 함부로 사용하는 자를 위해 국가는 다양한 종류의 형벌을 구비해 두고 있다. 구치소에 있는 전직 대통령과 전 대법원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형벌의 존부와는 상관 없이, 빌린 것은 곱게 쓰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을 줄 아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 아닐까 한다.

 

 

/김우중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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