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사법개혁 논의에 마침내 청와대가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올해 우리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이례적으로 나서서 “남아있는 것은 국회가 해줘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다. 청와대가 연두에 이례적으로 힘을 실은 국정과제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사법개혁이 당장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사법개혁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사개특위 내 검경개혁 소위원회의 합의 및 의결을 거친 이후 사개특위 전체회의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및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 행정부 결정만으로는 실현시킬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된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이른바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횡행했는데, 실제 전당대회에서도 황교안 전 총리가 높은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선출 과정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는 당분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다 보니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내 지휘력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황 대표도 비록 원외 인사지만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원내 현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황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서 고검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요인이 없더라도 야당의 본령(本領)은 반대에 있으므로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나선 문제는 일단 어깃장부터 놓고 나서기 마련인데, 하물며 반대해야 할 명분과 이유가 충분하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개점 휴업 중인 국회가 재개되더라도 과연 사개특위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한국당 의원들이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남은 20대 국회에 모두 영향을 미치며,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힘겨루기 양상으로 가면 갈수록 바닥없는 수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특히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은 6월 30일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회가 총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을 감안하면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구성 변호사(국회비서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