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출입 만 600일이 지났다. ‘포토라인’에서 마이크를 들이댄 피고인이나 피의자 숫자만 100명은 넘을 것이다. 최근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으로 ‘포토라인’이 존폐 기로에 서있다. 일부에선 검찰 수사를 받다가 투신한 한 피의자의 비극 원인이 ‘망신 주는’ 포토라인에 있다며, 포토라인을 마치 ‘악의 축’처럼 본다. 문제의 포토라인, 순기능은 없는 것일까.

대개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정치인이나 기업 총수들은 공인이나 사회적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이들의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져도 취재진이 실제로 당사자를 만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궁금증과 의혹은 커져가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 따져 묻고 싶지만, 당사자를 만나긴 쉽지 않다. 포토라인은 간신히 찾아온 기회다. 이 때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국민들도 진실과 정의를 원하는 마음으로 포토라인에 선 그들을 기다린다. 포토라인에 선 많은 이들을 보면서 짧은 30초~1분 남짓 시간 안에 그들의 성격과 세월이 묻어난다는 것을 느꼈다. 대답도 소명도 없는 포토라인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반론할 수 있지만,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말을 한다. 그들의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서 우리는 진실을 엿보기도 한다. 방송기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묵묵부답’으로 표현하는 글과 달리, 방송에선 기자의 질문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반응을 녹인다.

#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를 출석하면서 직접 손으로 기자의 마이크 다발을 밀쳤다.

#2. 김경수 경남지사는 기자들 질문의 전제 자체를 반박했다. 지금은 판결문에 유죄로 인정된 혐의 질문에도 당시 김은 “이 질문은 맞지 않는데요?”로 맞받았다.

#1에서 양이 예민하다고 느꼈는데 측근에 의하면 양은 구속에 무게 중심을 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2에서 국회 시절과는 달리 유독 말이 많았던 김의 모습에 국회 관계자들은 그의 발언의 진실성에 의심을 품었다고.

얼굴은 모를지라도 국민들은 지도자를 믿고 싶어 했고, 믿어왔다. 수사가 시작되면 그 마음은 “그래, 얼굴 좀 보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 심정으로 바뀐다. 포토라인에서 말없이 가버리는 이, 예민한 이, 반박하는 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 반성하는 이…. 그들이 국면을 대하는 자세를 보고 국민들은 실망하기도 하고, 진실을 밝히자는 마음에서 응원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국민의 관심은 수사 투명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토라인이 무조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게 아니다. 반대론자들은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 유죄 심증을 가지게 돼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고,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보완이 필요하다. 기자들은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무죄 판결에 대해선 더 확실히 보도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포토라인 준칙도 세분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한송원 TV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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