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보좌관, 비교하면 어떤가요?”

국회의원회관에서 4년차. 보좌관(변호사)이라 적힌 명함을 건네면 종종 돌아오는 질문이다. 장단점이 있지 않겠냐 웃어 넘겨왔지만 로펌에서 만 3년, 국회에서 만 3년이 돼가는 이 시점, 조심스레 감상을 전해보려 한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않는가.

주로 기업을 대리하며 하루에 재판 서너개씩 뛰어다니던 ‘어쏘(associate) 변호사’ 4년차, 슬그머니 매너리즘이 찾아들 때 TV에서만 보던 분을 만나 반쯤은 팬심으로, 반쯤은 호기심과 충동으로 낯선 세상에 발을 들였다. 법사위를 위한 변호사가 필요하다던 의원은 국방위 (야당)간사를 맡게 됐다. ‘예측불가능성’이 특징인 국회답게 국회에서의 내 삶은 처음부터 이렇게 예측과 전혀 다르게 시작됐다.

제주강정마을 소송, 사드배치, 영창폐지, 군 의문사, 사이버사령부-기무사-경찰로 이어지는 댓글 공작의 추적…. ‘법’이라는 막대로 여러개 ‘접시’를 동시에 돌리며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함은 변호사의 그것과 같았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변화, 국민들의 공감을 목도하며 느끼는 기쁨은 밤잠을 설치게 한 까다로운 항소심 사건에서 1심을 뒤집는 승소 판결을 받는 것보다 더 묵직하고 깊었다.

한 조항, 한 조항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법안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해 실제로 공포·시행되는 경험은 웬만한 행운 없이는 얻기 어려운 것이리라. 내가 만든 제정법에 따라 조직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배정되고, 인사가 이뤄진다. 그 조직도가 그려진 A4 한장은 이제껏 들었던 그 어떤 기록보다 무거웠다. 방대한 자료와 복잡한 사실관계 속에서 법이라는 도구로 잘잘못을 따져 가려낸다는 점, 국민과 그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는 ‘클라이언트’를 대리하는 점에서도 로펌변호사와 국회보좌관 업무는 유사하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정책 변화나 법률 제·개정이 이뤄질 때는 ‘원(피)고 전부승소’를 확인할 때와 비슷한 보람과 쾌감이 있다. 여러 지점에서 변호사와 보좌관의 모습은 닮아 있다. 이에 의원회관에서 변호사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

물론 보좌관은 말 그대로 의원을 ‘보좌’하는 직업이라 의원의 생각, 일정, 행보에 맞춰야 한다. 그러다보면 예측가능성, 노동시간 통제력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의 양과 상관 없이 스트레스도, 피로도도 어떤 측면에서는 로펌변호사보다 심할 수 있다. 지역구 의원실의 지역 관련 업무를 고려하면 보좌진의 평균적 삶은 훨씬 피로할 것이다. 나는 합리적인 의원과 함께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의원실도 적지 않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한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쓰는 부족한 글이다. 국회의 가장 큰 행사인 선거를 겪지 못한 점에서 더 그러하다. 그러나 어느 서당 개의 ‘풍월’도 보좌관을 꿈꾸는 누군가는 ‘통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애써 위안하며 글을 마친다.

 

 

/박하영 변호사(이철희 국회의원실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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