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여행 큐레이터’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놀림을 당할 만큼 여행을 좋아한다. 굳이 ‘함께’가 아니어도 좋다. 홀로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가슴 설레는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브라질 사람들은 삼바 축제를 즐기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감…. 여행은 예정되어 있지 않고 내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기에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랜 경력의 선배님들은 ‘소송 모른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전혀 뜻밖의 증거가 현출되고, 예상 밖의 주장과 항변이 등장하며 당초 쉽게 가리라 생각했던 사건이 몇년을 끌기도 한다. 수임 단계에서 골머리를 썩이던 사건이 의외로 쉽게 종결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 하나가 끝나는 과정도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법전이라는 지도와 판례라는 가이드북을 들고 여러 증거와 항변을 만나게 된다. 부지런히 증거를 사진 찍어 제출하고, 항변들과 만나서는 재항변으로 응수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여행을 마치면 또 한권의 여행기가 작성되고 내 경험은 더 풍부해진다.

혹자는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모든 겉옷들을 다 벗어 던져버리고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변호사를 하면서 내가 정말 제대로 배웠는지, 변호사로서 얼마나 의뢰인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도울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6년차가 시작되는 올해, 열심히 잘 해왔다고, 실수가 있었지만 하나하나 넘기며 배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 그리고 또 새로운 여행지가 눈에 들어왔다. 경영권 분쟁, 기업 자문, 처음 가보는 곳이다. 설레며 출발해 본다.

 

/박선영 변호사·경기중앙회(수정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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