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이를 통해 새해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되는데, 새해 각오를 다지는 순간부터 그런 각오가 잘 지켜질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은 결국 별반 나아짐이 없이 각오만 되풀이 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난 한해에 대한 반성이나 새해에 대한 각오를 포기한 채 새로운 한해를 맞을 수는 없기에,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올해도 이런 각오를 되새기게 된다.

우리 사법부도 새해가 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반복해서 외쳐왔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느끼는 사법부의 모습은 국민 신뢰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 2018년은 우리 사법부 역사에 영원한 치욕으로 남을 ‘사법농단’의 한해였기에 “새해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다져야 할 때이며 ‘좋은 재판’의 실현을 통한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드는 데 올 한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대법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국민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비록 우리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고 그만큼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법부 없이 대한민국이 잘 굴러갈 수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법부는 지난 상처를 털고 다시 일어서야 하며, 그 상처가 크고 깊었던 만큼 올해는 더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한 재무장과 다양한 제도적 개선은 사법부와 다른 관계자들께서 잘 해줄 거라 믿으며, 다만 한마디를 보태자면 재판에 있어 주권자인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법부가 되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원활한 절차진행을 위해 재판부가 당사자들을 일정 부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삼권분립이나 사법부 독립과 같은 고귀한 정신도 결국은 국민주권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한 장치임을 생각해 볼 때,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주권자인 당사자들이 충분히 사법서비스를 누렸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재판을 하다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당사자들은 재판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이때 모습이 영락없는 갑(재판부)과 을(당사자)의 관계라는 생각은 혼자만의 착각인 걸까? 당사자들이 주권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판부(사법부)가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할 때, 이를 듣는 사람들이 황당해 하는 것은 뭘 뜻하는 것일까? 사법농단 사태로 얼룩진 2018년의 아픔을 지우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강명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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