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당신은 그 누구도 혐오하지 않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디에 속했느냐가 중요하다. 혐오는 개인이 아닌 특정 집단을 향하기 때문이다. 집단 안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층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2. 일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공중밀집장소는 위험하다. 갑작스럽게 혐오를 맞닥뜨렸다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하자. 36계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전략이니 부끄러울 것 없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자리를 피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선 지금의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자. 영상에는 당신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정겨운 대화도 담길 수 있어야 하니, 스마트폰은 항상 최신식으로 구비해야 한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만을 찍도록 노력하자. 비겁한 일 아니냐고? 그런 순진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셀기꾼이 된 것처럼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운수 좋은 날이라면 상대방이 물리력을 행사하려 할지도 모른다. 다음의 두 가지를 확인하자. ①CCTV가 있는 장소인가 ②상대방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았는가. 둘 다 “그렇다”라면 겁먹을 것 없다. 재빨리 경찰에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혐오에 몸을 맡겨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이제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혐오의 시대에는 법적 구제절차 이전에 한 단계 절차가 더 존재한다. 여론재판이다. 일단 군중에 의한 심리가 시작되면 더 이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작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건 초반의 여론몰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다친 부위를 찍은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보자. 다음과 같은 글이 곁들여지면 좋다. 난 혐오의 희생자다. 아무 이유 없이 혐오 발언을 들어야 했고, 그저 당해야만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활용하자.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라 공감이며, 이성을 이기는 건 감성이다. 우리 편의 마음을 움직여 상대방 진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혐오를 극복하는 건 우리끼리의 사랑과 연대니까.

3. 문제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에 있다. 여성들은 남성 위주로 구성된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남성들은 성범죄에 관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깨졌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시스템의 확립을 고민할 때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혐오를 넘는 유일한 길임을 우리들 스스로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창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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