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변협포럼]강사: 전영애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변협 주최 제62회 변협포럼이 지난 3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은 전영애 서울대 독어독문과 명예교수가 ‘한국의 괴테정원’을 주제로 강연했다.

전영애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이자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 괴테금메달 수상자다. ‘맺음의 말’ ‘시인의 집’ ‘인생을 배우다’ 등을 집필했으며 시인, 번역가, 학자이자 여백서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누구나 여백서원을 찾아와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시를 만나고 자신을 생각할 시간을 갖길 희망합니다”

전영애 교수는 경기도 여주시에 여백서원을 지었다. 아버지 호인 여백(如白)을 따라서 여백서원으로 지었다고 한다. 하루종일 글을 쓸 곳을 찾다가 2004년 경기도 여주에 작은 땅을 사는 것을 시작했다. 그곳에 ‘시정(詩亭)’이라는 작은 정자를 지었다. 10년 여 간 준비 끝에 2014년 문을 열었다.

여백서원에는 서울대학교 계단 틈에 끼여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을 옮겨 심어 ‘나무고아원’이라는 정원도 꾸며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세종의 길, 괴테 오솔길을 만날 수 있으며 곳곳에 괴테, 쿤체 등의 시비가 놓여있다. “가슴 열렸을 그때만 땅은 아름답다.”

전망대에 오르면 소나무 밑에도 괴테의 지혜가 빛나는 구절을 골라 새겨놨다. 전영애 교수는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괴테의 말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여백서원에는 전영애 교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필사본이 쌓여있다. 괴테의 ‘서·동 시집’ 초간본(1819년), ‘파우스트(1853년)’ 등 희귀본 독일 서적 200여권도 보관돼있다.

작년 10월 전시회 공간을 열고 개막식도 개최했다. 많은 예술가가 머물며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전시회도 열고 있다.

전영애 교수는 독일 바이마르 괴테 마을처럼 사람을 키움으로써 작은 도시와 나라가 세계적·역사적으로 크게 발돋움 한 모델을 지역에 제시하고 세계가 찾아오는 한국의 명소(名所)로 만들고자 한다. 여백서원 한옥 안에 기념비적 건물 분위기를 재현하며 세계의 전문기관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연구문화체험 공간 설립이 목표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여백서원을 모든 이에게 개방하고 있다. 책과 문화를 사랑하는 내외국인이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읽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독일 바이마르에서 1710년부터 운영된 ‘HOFFMANN`S BUCHHANDLUNG’ 서점은 독일인의 자부심이다. 괴테하우스 앞에 위치해 괴테가 수없이 다녀간 이곳은 독일인에게는 특별한 장소다. 이 서점 쇼윈도에 전영애 교수가 번역한 ‘바이마르 괴테학회 총서 77번 괴테의 서·동시집 독일어 학술서’가 진열돼 있다. 외국인, 그것도 한국인 학자 책이 게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은 1797년부터 35년 동안 괴테가 도서관 관장을 맡아 파우스트 원본 등 괴테 작품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작품, 루터의 성경책까지 보유하고 있어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힌다.

전영애 교수는 독일의 괴테 도서관을 모델로 여백서원을 설계 중이다. 현재에도 서원을 돌보고 괴테 전집을 번역하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괴테가 남긴 시, 소설, 자연과학 서적 24권을 번역하고 있다. 한권당 1500~2000쪽을 마무리를 지을 계획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괴테의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렵게 독일 문학을 공부한 만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여백서원의 설립 목적은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를 위하여’라고 한다. 이제 남은 삶은 젊은이들을 위해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

젊은 괴테의 집을 보면 앉을 여유도 없을 정도로 불편한 의자와 책상이 전부다. 평생 글을 읽고 책을 쓴 전영애 교수는 본인이 쓴 글의 후기를 모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10년 후의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 보십시오. 10년 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괴테의 정원 집에서 10년 후의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길 희망한다고 했다. 꼭 집이 아닌 곳에서라도 10년 후 자기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날이 바쁜 현대인은 본인의 미래를 생각해볼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입시정책이 바뀌어 독일어, 불어보다 일본어, 중국어가 비중 있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자리잡았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영어 성적만을 우선시 하는 상황이다. 언어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영애 교수는 “문화와 정신을 배우는 통로”라며 독일 문학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에 괴테 전집 번역본이 출간되지 못한 안타까움과 일본에도 뒤쳐졌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고도 밝혔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도 열띤 질의가 이어졌다. 청소년에게 한마디 부탁하자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 전영애 교수는 한끼에 2인분을 먹을 수 없듯이 계산하다 시간이 다 간다고 답했다.

 

제62회 변협포럼
일 시: 2018. 12. 3.(월)
장 소: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
강 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전영애 명예교수
주 제: 한국의 괴테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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