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완영 국회의원, 국민의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법조일원화 제도 취지 살리려면 법관 인사 제도 투명성객관성 제고돼야”

“이러다가 내가 쓰러지면 누가 날 발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주말 근무 후 쓰러진 채로 발견된 고(故) 이승윤 서울고법 판사가 생전에 남긴 글이다. 사건 이후 법조계에서는 법관 증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완영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국민의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관 증원 및 전면적 법조일원화 정착 등 국민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토론회에는 김현 협회장, 이완영 국회의원, 이주영 국회부의장,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유기준 의원을 비롯한 국회와 법조계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완영 의원은 “변호사는 엄청 늘어났지만 판사는 거의 늘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서울중앙지법 기준 판사 1인당 사건 처리 건수가 1200여건에 달할 정도로 힘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임용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현 협회장은 “법조일원화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 우수한 인력을 법관으로 선발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국민들이 질 높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법관 수 부족은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변협은 꾸준히 법관 증원을 해결방안으로 꼽고 있다. 지난 5월 진행한 변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관 증원에 찬성하는 변호사는 94%(1857명)에 달했다. 찬성 이유로는 재판심리 충실화 도모(80%), 법원 업무과중문제 해결(69%), 재판 지연 문제 해결(55%)이 나왔다.

발제자 송수현 변협 제2기획이사는 “매년 판사 수를 일부 늘리고 있으나 실제 재판을 하는 ‘가동 법관’ 수는 제자리걸음”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판사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윤 법률신문 기자도 “판사 정원과 실제 재판을 담당하는 가동 법관 수는 약 400~500명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사건 수를 줄이기 어려우니 판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상고허가제도 도입이나 상고법원 설치를 해결 방안으로 꼽기도 한다. 이경숙 변협 제2교육이사는 “상고허가제도는 현행 심리불속행기각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상고법원은 재판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전관예우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법관대법관 증원”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건수에 비해 판사 수는 현저히 부족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접수 사건 수는 1806만9526건이다. 대법원에서 지난해 법관 1인당 처리한 사건 수는 전년 대비 85건 늘어난 3402.5건, 지방법원은 10건 늘어난 674.6건, 고등법원은 122.5건이다.

판사가 부족한 만큼 재판기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완영 의원과 오신환 의원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지방법원 민사본안사건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4.5개월에서 올해 상반기 4.8개월, 민사본안 항소심은 6.8개월에서 7.7개월로 늘었다. 형사재판도 마찬가지다. 형사공판 1심은 3.4개월에서 4.4개월, 항소심은 3.7개월에서 4.8개월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 결원율은 계속 증가 중이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포함한 전체 법관 현원은 2948명이다. 판사 정원은 3124명이다. 박주민 의원이 지난달 16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관 결원율은 지난 8월 기준 전년보다 3.13% 늘어난 7.43%로 급증했다. 제주지방법원은 결원율 13.3%에 달했다.

이로 인한 부실 재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보람 변협 대변인은 “일과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판사가 사건 1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라면서 “판사들은 과노동에 시달리며 사건을 일정에 맞게 종결시키기에 급급해질 수밖에 없어 공판보다는 서면에 치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경숙 변협 제2교육이사 역시 “법관 정원 부족에서 초래되는 부실 재판과 재판지연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 저하 원인 중 하나”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법관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우리나라보다 적다. 2012년 기준 법관 1인당 연간 사건 수는 미국 416건, 독일 210건, 일본 353건이다. 특히 독일은 2016년 기준 법관 1인당 인구 수가 4000명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1만4000여명 가량 적다.

최웅영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판사 정원은 1934명에서 3034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사건 질 대비 업무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법관 증원은 적극적 석명, 전면적 심증개시가 가능할 정도의 충실한 사전 기록 검토, 판결문 초안에 가까운 속행합의 등 대폭적인 개선을 통해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1심 집중 및 충실화를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법관 증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 수 증원으로써 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방법만이 사법서비스 개선을 위한 유일한 방책은 아니다”라면서 “어느 방안을 택해야 할지는 기대효과와 문제점을 고려해 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법관인사제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법조일원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법조일원화는 일정 경력을 지닌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다.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인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5년 이상,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7년 이상, 그 이후에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한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춰 훌륭한 법관을 임용하기 위해서는 법관인사 객관성과 투명성이 필수”라면서 “평가 기준과 방식, 결과가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연구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웅영 사법정책심의관은 “평생법관제 정착 이후 처리기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원인 중 일부는 법관 고령화일 수 있다”면서 “재판연구원 등 보조 인력을 충분히 공급해야 함에도 재판연구원 수는 현재 200명, 내년에는 250명이 되지만 전체 법관의 10%에도 미치지 못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미국은 지방법원 법관 1인당 최소 3명, 항소법원 법관 1인당 로클럭 최소 4명이 업무를 보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극소수 재판부에만 재판연구원을 배치한다.

장영수 교수는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법관을 늘리기 힘들다면 보조 인력이 법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면 과중한 업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개선책이 법조일원화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조일원화 체계 속에 잘 녹여냄으로써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곧 사법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