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소송비용 패소자부담원칙이 도입되었고, 그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98조). 패소자부담원칙은 소송의 성질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므로, 공익소송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익소송에도 패소자부담원칙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패소자부담 원칙은 남소의 폐해를 방지하는데 주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소송 결과는 항상 불확실성을 가지며, 사전에 모든 과정과 결과를 완전하게 예측하여 제소할 수는 없다. 또, 의료소송과 같이 입증부담이 큰 전문소송은 입증책임원칙에 따라 패소가 결정되기도 하므로, 패소자라고 하여 모두 남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인권소송이나, 소비자보호소송, 환경보호소송 등과 같은 공익소송은 개인의 권리 구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에 기여하는 등 순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 민사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남소 폐해에 대한 우려도 적다.

소송결과만을 보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결과책임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제약이 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나, 기업,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소송비용이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소시민들에게는 소송비용이 큰 부담이 되어 소송제도에 접근을 망설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패소자부담원칙의 강제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에 대한 제한이다.

염전노예사건으로 알려진 장애인들이 신안군의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지만 패소하여, 피해 장애인들이 신안군청의 변호사수임료 등을 떠안게 되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소송비용산정액을 전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보아 일부를 감면해주었다. 이와 같이 남소라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하는 공익소송까지 소송이유나 패소이유를 불문하고 결과에 따라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현행 패소자부담의 원칙은 재고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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