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로스쿨 입학을 위한 면접시험장 앞엔 많은 수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그리 춥지는 않은 늦가을이었지만 밖에서 마냥 기다리기엔 쌀쌀한 날씨였다. 그러고 보면 입학설명회에서도 사정이 비슷했다고 들었다. 직계비속들이 어찌나 바쁘셨는지 부모님들이 지원자 스펙을 대신 들고 와서 설명회장을 여기저기 누볐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내게 마냥 감동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지원자가 부모님에게 그리하도록 부탁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꽤 많은 수의 지원자는 오히려 부모님을 말렸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몇몇 경우엔 지원자의 요구가 있었을지 모르나 대개는 부모님의 자발적이고 끝없는 내리사랑으로부터 원인한 일일 것이다. 이 사랑은 너무 무궁한 나머지 때론 자식에 대한 불신이나 통제욕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아름다운 마음이다. 어쨌든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불로불사의 존재가 아닌 한 언젠가 자식에게서 손을 떼야 할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시작하기에 자식들이 4년제 상아탑에서 학사 학위를 따내고 (전문)석사 학위에 도전하는 시점은 꽤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버이의 눈에는 한없이 어리고 여리게 보이겠지만, 그들은 법적 성인이고 대개 음주가무와 거짓말을 즐기며 마음만 먹는다면 흡연과 경마, 복권, 근로 등 연령 제한이 걸린 해로운 일은 뭐든 할 수 있을 만큼 컸다. 또 로스쿨에 입학해서 커리큘럼을 무난히 따라간다면 몇년 후에는 (약 절반의 확률로) 변호사가 될 인재들이다.

언젠가 그들은 한 사람의 오롯한 변호사가 될 것이다.

변호사에게 입학설명회장을 혼자 가는 것이나 면접을 혼자 보고 오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어쨌든 변호사에게 시답잖을 잡무는 예비 변호사와 그 후세대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훌륭한 커리큘럼을 따라올 수만 있다면 지원자와 변호사의 간격은 채 4년도 되지 않는다. 어차피 4년 뒤엔 미우나 고우나 품에서 떠나보낼 거, 그 준비는 빠를수록 좋아 보인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님이 거의 없는 것은 누구나 처음으로 부모가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임을 연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는 것도 비슷한 일이다.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구도 곧바로 완벽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일단은 어른이 돼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준비가 되었다. 부모님들은 다 큰 날개를 잡고 있을 뿐이다. 그 손을 놓아야 한다. 그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른다운 어른이 될 것이다. 부모님들이 그렇게 부모가 되었던 것처럼.

 

 

/전진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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