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도안은 서체파일을 이용해 표현된 결과물로서 그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한글 서체도안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문자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반면 서체파일은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에 해당하고, 그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돼 있다면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보호한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최근 한글 서체개발 업체들이 학교, 공공기관, 민간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서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경고장을 무더기로 보내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서체파일을 창작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의 행사일 수 있다. 하지만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경고장을 받은 사용자들은 법리적으로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체도안 자체를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에서 금지하는 침해 행위가 아니고, 정상적으로 구매한 정품 프로그램 설치 시 자동적으로 복제되어 저장된 서체파일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용하는 것도 저작권법에서 금지하는 저작물의 복제 내지 배포 등의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정품 프로그램 이용약관에서 서체 파일을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경우 약관 위반의 민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일부 서체파일의 경우 일반용, 웹서비스용 등으로 목적이 구분되어 있고 이용약관에서 이용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용 범위를 위반해 사용하거나 일반용 PDF 문서를 인터넷에 업로드 하는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나 약관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서체내장형 PDF 문서의 경우에는 PDF 문서에 해당 서체파일 자체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문서를 복제, 전송만 하더라도 서체파일의 복제, 전송도 함께 일어나 역시 저작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PDF 문서에 내장된 서체파일은 문서와 분리해 독립적인 형태로 이용될 수 없기 때문에 통상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복제나 전송과는 다른 점이 있고, PDF 문서를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은 단순히 문서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지 서체파일을 복제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또는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에 해당해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서체와 관련한 법적인 쟁점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소홀하면 경미하게 우발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이용약관 위반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체파일이 통상적인 컴퓨터 프로그램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점, 서체도안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서체파일의 저작권 보호 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경 저작권 전문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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