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성명서 발표하고 세무사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 참석해 강력하게 항의 표명
“이해관계자 의견도 듣지 않은 졸속 입법, 즉시 철회하지 않으면 적극 대응할 것”

법조계가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대리를 넘보는 세무사계에 비판을 쏟아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5일 “세무사에게 세무대리 권한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사법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면서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성명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사소송법 근본원칙 중 하나”라면서 “우리 사법체계가 변호사에게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이에 상응해 변호사 자격 취득과 업무 수행에 엄격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법률사무와 소송사건 취급을 위해서는 고도의 법률지식과 공정성,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소송사건 등을 취급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변협은 “이처럼 조악한 법률개정안이 마련된 이유는 세무사들이 장기간 교육과정과 난이도가 높은 변호사시험 등을 겪지 않고 쉽게 소송대리자격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에서는 지난 15일 개최된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 토론회에서도 강하게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현 협회장을 비롯한 제49대 집행부, 변협 세무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등 변호사 30여명이 참석(사진)했다.

김현 협회장은 이날 “소송대리는 변호사 고유 직무”라며 “법률지식과 소송경험 없는 세무사가 소송하다가 잘못되면 그 여파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힐난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의료소송은 의료인, 건축 소송은 건축사, 공인중개 소송은 공인중개사가 한다는 건데 이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법전원 취지와도 맞지 않다”면서 “10년 전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시 세무사, 변리사 등 유사직역을 정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백승재 변협 부협회장(변협 세무변호사회 회장사진 오른쪽)은 “토론회 주제나 발제자 발표 내용에 반대하는 변호사단체는 발제자가 아닌 여러 토론자 중 한명으로 구성해 공정한 토론이 이뤄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서 “정책토론회가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세법 전문가는 변호사라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소송대리는 단순히 법령 해석을 적용하는 서면 업무가 전부가 아니라 증인 신문, 문서송부촉탁, 현장조사 등 각종 입증방법을 통해 변호를 하는 과정으로 고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6일 “세법 및 관련 법령 해석 적용에서는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면서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등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세법 해석 관련 2015년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요 판결문을 제시하며 “심판단계에서는 기각됐으나 판결에서는 인용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세무사가 납세자 입장을 대변한 세법 해석논리가 최종심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세무사 소송대리 능력이 없다는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백승재 부협회장은 “본인 역시 제시한 판례에 나온 세법 해석을 2004년부터 언론과 논문 등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면서 “판결에 인용된 해석논리에 세무사가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일갈했다.

조세소송 대리 확대 관련 유사 해외 사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최원석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독일에서 변호사 외에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하고, 일본은 세리사에게 법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고 설명했다.

백승재 부협회장은 “미국에서 국세청에 대한 대리행위는 별도 시험을 통과해야지만 가능한데 이는 세무사가 아닌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며 일본 세리사는 2년간 실무 경력이 요구되기도 한다”라면서 “사실과 다른 사례를 예로 들며 세무사에게 소송대리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개정 작업을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비판도 면치 못했다. 백승재 부협회장은 “개정안이 지난 1일 발의되고 닷새만인 지난 5일, 주말을 제외하면 3일밖에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기획재정부 전문위원이 세무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면서 “심지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변협과 법무부, 법원, 기획재정부 의견을 듣는 절차를 생략한 졸속 검토”라고 질타했다.

국회입법예고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개정법률안은 10일 이상 기간을 두고 입법예고 해야한다. 아울러 제5조는 입법예고된 법률안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자는 입법예고기간 동안 문서 또는 국회 등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소관 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변협은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인세법, 소득세법 조항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소송 등 적법 절차를 통해 문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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