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환 세계한인법률가회 제12대 회장

변호사로 살아오신 과정을 짤막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의 변호사 인생은 변화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 시절, 처음에는 검사를 꿈 꿨습니다. 그러다 로펌에 같이 들어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에 따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소위 국제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개방이 막 이루어졌습니다. 외국의 음반, 영화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시장은 엔터테인먼트 관련 경험 있는 변호사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당시만해도 젊은 변호사들이 국제 금융, 국제 통상, M&A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선뜻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맡으려는 사람이 적었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원을 한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나중에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가가 되어 워너브라더스, 월트디즈니, 유니버셜뮤직, 소니 뮤직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필연적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상대방으로 법률업무를 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사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어느샌가 외국 엔터테인먼트사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에서 한국 회사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어있더군요.

 

세계한인법률가회 회장으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세계한인법률가회(IAKL)와 인연이 된 것도 우연이었지만, 운명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을 공부하기 위해 NYU에서 공부하고 LA에 있는 미국 로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2주간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교포3세 변호사분의 소개로 IAKL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의 권유로 1998년 IAKL LA 콘퍼런스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IAKL에 참석하는 분들이 100명도 안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를 제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1번만 도와드리자고 생각한 것이 이후 14년 동안 사무총장으로 봉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부회장을 거쳐 올해 9월 회장에 취임하게 됐습니다. IAKL은 전세계 23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변호사들을 모두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처음에는 친목단체 성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회원간의 경험과 노하우 공유, 전세계로 진출해 있는 우리 한국기업과 해외동포들을 위한 법률지원, 해외입양아의 권리보호 활동, 국내 변호사들의 해외진출 지원 및 멘토링 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세계한인법률가회 회장,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LAWASIA) 제26대 협회장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국제법조단체에서 아시아 변호사들의 활동 및 영향력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실제로 세계변호사협회(IBA)의 14명 이사 중에 아시아 변호사는 제가 유일할 정도로 아시아 변호사들의 국제무대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아시아 변호사들이 그 실력과 능력에 비해서 적절한 대우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직은 한국 변호사로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만큼 저희가 활동영역을 단기간에 넓힐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좀 더 많은 한국의 변호사들이 다른 외국변호사들과 실력을 겨루며 국제법조단체에서 활동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런 분들을 최대한 지원해드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을 뽑는다면 누구인가요.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역임하신 김평우 변호사님을 존경합니다. 협회장으로 계시면서, 우리 법조계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셨습니다.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때, IBA 연차 총회를 서울로 유치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유치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분의 과감한 비전과 리더쉽이 없었다면, 저희 법조계가 이렇게 단기간 내에 서울로 IBA 연차 총회를 유치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저를 국제법조단체에서 활동하도록 강요(?)하시고 격려해주신 분도 김평우 협회장님이시지요.

 

30년 가까이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것이 있다면?

변호사로서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아주 생소했던 시절에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법률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면서 개척해온 일이 기억납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초창기 한류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하던 때부터 계속해서 우리 콘텐츠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전세계적인 한류 붐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보람도 있습니다. 한국 법조계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국제법조무대로 진출해 나가는 길목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법조계의 후배님들이 계속해서 국제무대로 진출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할 것 같습니다.

특히, 2019년 IBA 총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올해 2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BA 이사회에서 북핵 위기로 인한 위험성 때문에 총회장소를 서울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한다는 심각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틀 동안 다른 이사회 멤버들을 상대로 한분 한분 긴박하게 설득작업을 한 끝에, 호라시오 베르나르도 네토 IBA 차기 회장이 강력하게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반대의견을 뒤집고 서울 총회 개최를 확정했을 때의 기쁨도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습니다.

 

청년 변호사들에게 조언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첫째, 쉽지는 않겠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합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두려움 없이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둘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잡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망설여질 땐 일단 해보는 것이 답이라 생각합니다. 시도해 보지 않으면 성공확율은 절대적으로 0%이지만, 일단 해 보면 성공확율은 1%라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왔을 때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으로 놓치게 되는데 평소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내실을 다지는 훈련을 한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행운이란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났을 때 얻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셋째,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이미 포화된 한국의 법률시장에서의 활동을 고집하기 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나가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입니다.

기회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자기 실력을 닦고,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기회는 항상 주변 사람으로부터 오니까 가능한 한 많은 분들과 만나고, 그 분들과의 인맥을 계속 유지해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의 많은 유능한 후배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정환 세계한인법률가회 제12대 회장(변호사) 주요 약력
제28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18기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제12대 회장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세계변호사회 (IBA) 이사
아시아태평양변호사회 (LawAsia) 차기 회장
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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