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차 평양을 방문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는 11월~12월 서울을 답방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방북 땐 평양 시민 수만명이 일제히 한복을 차려입고 꽃을 흔들며 맞이했다. 15만명이 동원된 능라도 체육관에선 집단 체조가 펼쳐졌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그들의 눈빛을 볼 때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과연 저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북한을 ‘극장국가’로 표현한 것(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와 정병호 한양대 교수)이 떠올랐다.

오늘날 북한은 전통적 공산주의 국가라고 하기보다 세습을 이어온 김씨 일가의 1인 독재국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옛 소련과 유럽의 전통 공산주의자들도 북한이 권력을 3대째 세습하고 개인 우상화를 고집하여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 대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증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장기 독재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상상 밖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8’을 보면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은 형법에 더해 형법부칙(일반범죄)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법으로 사형대상범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연구원의 2017년 조사 결과, 교화소에서 피구금자가 어떠한 재판절차도 없이 총살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다수 수집됐다. 공개적 사형집행도 지속됐고, 국경지역 집결소와 구류장에서의 강제 낙태 사례도 다수 수집됐다. 연구원은 “탈북 후 강제 송환된 여성의 경우 2014년 강제 낙태당한 후 출혈로 사망한 수감자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며 “구금시설 내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다”고 밝혔다.

유엔은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국가는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2조)”며 “정부는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해야한다(제7조)”고 규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서독이 동독의 인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은 1972년 동독과 협상을 통해 동·서독 기본조약 2조에 ‘인권보호’를 명문화했다.

인권엔 여야가 없다. 과거 군부시절 인권 유린에 맞서 싸우고 민주·공정사회 구현에 기여한 문 대통령이 북 인권에 침묵하면 안 될 것이다. 서울 정상회담에선 ‘김정은만 바라보는 회담’이 아닌 3500만 북한동포를 바라보는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

 

/안대규 한국경제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