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로스쿨생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 공부하는 것보다 로스쿨 생활 그 자체가 더 어렵다는 과장 섞인 한탄도 종종 들리고는 한다. 왜 유독 로스쿨 안에서의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일까?

로스쿨은 ‘소규모’ 집단에서 ‘경쟁’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띤다. 첫째, 학점으로 로클럭이나 검찰에 지원할 수 있는 커트라인이 정해지기 때문에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둘째, 적은 인원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소문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셋째, 학교 외부 활동을 할 시간이 거의 없어 모든 관심이 학교 내부로 집중된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로스쿨 안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학점 문제는 모두를 예민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시험 일정을 로스쿨생들끼리 논의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원만한 분위기에서 결론이 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시험을 하루에 한 과목을 보든 두 과목을 보든, 밖에서 볼 때 그 문제는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로스쿨생들에게 있어 시험 날짜가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하다. 서로 조금의 손해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모두 좋은 학점을 따는데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서로에게 조금씩 앙금이 남게 되며, 이는 또 다른 불화의 씨앗이 된다.

소위 미니 로스쿨의 경우 인원이 적다는 점도 학교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다. 살다 보면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3년간 좁은 로스쿨관에서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한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할 수가 없다. 하루에도 여러번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작은 집단이라 소문도 빨리 돈다. 여기에 모든 관심사가 내부로 쏠리는 로스쿨의 특성이 더해진다. 결국 누군가의 사소한 스캔들이 전파처럼 사방팔방으로 송출되고, 금세 사람들의 담화 거리로 소비된다. 아마 다들 이런 것들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로스쿨의 환경이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학점으로 로스쿨생들의 진로가 극적으로 갈리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비인간적인 경쟁구도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로스쿨생들의 관심이 특정인에게 집중될 수 없는 구조라면 우리들은 남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테다. 학교 밖에서도 다른 관심거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지금보다 너그럽게 다른 원우들을 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환경이 문제다. 우리들 개개인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하며 모순적인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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