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방대원을 상대로 화재진압 과정에서 망가진 문이나 창문 등에 대한 배상청구가 제기된 사례가 빈번하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취객이 폭력을 휘둘러 구급대원이 사망하거나, 구급차를 택시처럼 악용하는 사례가 이슈화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소방관들은 소방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각종 법률분쟁에 휘말리곤 합니다. 이들을 돕고자, 대한변호사협회 소방관 법률지원단이 활동을 시작한지 만 1년이 되어갑니다. 필자는 본 기고문을 통해 그간 소방관 법률지원활동을 진행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법률지원 활동을 진행하기 전에는 뉴스에서 일반인의 소방관에 대한 폭행 사례를 접하는 경우에도 이를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법률지원을 시작하면서 파악하게 된 소방관들의 고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소방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소방관이 일반인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 뒤 형사고소를 진행한 사안만 무려 564건으로 확인 됩니다. 일반인과의 분쟁을 가급적 지양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슈화 되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땅히 존경 받아야 할 소방관들이 왜 이토록 빈번하게 일반인의 폭행에 쉽게 노출되는 것일까요?

그 원인으로 필자는 크게 세 가지를 지목해봅니다.

첫째, 법적 대응을 꺼리는 소방관들의 소극적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법률지원을 진행하면서, 피해자인 소방공무원이 오히려 악성 민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문제제기에 소극적인 소방관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폭력을 행사한 일반인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한 소방관이 오히려 보복성 악성민원으로 주의나 견책 처분을 받은 사례도 상당수 확인되는 바, 이들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소방관들의 적극적 법적 대응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소방관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폭언폭행을 겪고도, 홀로 속앓이 하다가 몸과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2018년 4월 2일 주취객에게 폭행당하고, 극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손상 진단을 받은 뒤, 2018년 5월 1일 뇌출혈로 사망한 익산 구급대원 사건은 억울한 상황을 안고 가야 하는 소방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둘째, 소방관 대상 범죄에 대한 법원의 느슨한 처벌기준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위 통계자료에 따르면, 형사 고소고발 사안 564건 중 대부분은 벌금형에 불과하며,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147건에 불과합니다. 이중 집행유예를 제외하면 실제로 징역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방력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귀중한 자원임을 감안할 때, 소방관 폭행 행위는 단순 폭행보다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소방기본법 등의 관계 법령 개정안에서 소방관에 대한 폭력행위 처벌 강화하는 개선안을 준비 중인 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일반인의 잘못된 인식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소방관은 가장 신뢰받는 공무원 1위에 뽑히곤 합니다. 그런데, 일부 악성 민원인들은 소방관들의 신뢰와 친절을 개인의 편의를 위해 악용하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장거리 이송을 요구하거나, 주취객이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등의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필자의 소방서 근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악성 민원인들은 이미 관할 소방서에서 널리 알려진 ‘단골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단골손님’은 소방관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꺼려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쉽게 소방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소방관을 상대로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와 같이, 소방관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소방관이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하여도 엄벌하지 않는 법원의 태도, 그리고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일부 악성 민원인들의 태도로 인해 소방관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소방 조직의 역량과 사기가 저하되며, 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할 귀중한 소방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의 적극적인 법적대응이 필요합니다. 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서, 소방력을 감소시키는 악성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 또한 소방관에 대한 폭력은 곧 재난에 대한 국민 전체의 대응력을 소모시키는 행위로 무겁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방관의 적극적인 대응과 이에 대한 법원의 호응이 축적되면, 국민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화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악순환이 근절되고,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소방관법률지원단의 법률지원은 이와 같은 선순환을 촉발하기 위한 일종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률지원단은 앞으로도, 소방관의 법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조력하며, 선순환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작은 움직임이 거대한 흐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