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호기롭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학 전의 자신감과 달리 새롭게 학교에서 배우는 법학과목 중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자로 되어있는 사전은 한자도 읽을 수가 없었고, 답안지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집을 봐야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시면 대답을 못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로스쿨 진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한번 흥미를 잃고 후회하기 시작하니 그 마음은 점차 커져가 시간 날 때마다 “하반기 대기업 공채를 다시 준비해볼까, 아니면 공기업을 준비해볼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1학기 성적은 바닥을 쳤고, 아무것도 결정을 못한 채 새 학기를 맞이했다. 민법 수업시간 이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판례를 발표시키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 미처 프린트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대답을 못할 것을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자료를 슬쩍 내밀었다. 놀라서 고개를 들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심동준 학우가 웃으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형 요즘 정신없는 것 같아서, 내가 형 것까지 해놨어.”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준이는 매사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그 후 동준이는, 공부에 관해 막히는 것이 있을 때마다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러 던 중 시험기간이 다가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동준이가 초코파이와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건네며 “형, 포기하지 말고 힘내자!”라고 말을 건넸다. 경쟁적인 분위기인 로스쿨 생활 속에서는 나 스스로만 챙기기에도 힘이 달린다. 그런데도 자신의 시간을 선뜻 쪼개가며 나를 가르쳐주고 심지어 정리한 자료를 남에게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기죽어 있는 나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준 동준이가 매우 고마웠다. 결국, 그 초코파이는 먹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간식거리가 아니라 모든 것이 부족한 나를 이해하고 격려해준 학우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조금씩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로스쿨 생활도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다. 지금도 가끔 그 초코파이가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만한 귀한 선물을 주고 싶다. 자그마한 것이더라도 나의 격려와 칭찬이 담긴 것이라면 큰 힘이 돼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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