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서 여러번 인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거나 연일 교육을 받고 있는 경찰관까지 강당을 가득 메워 강단에 선 필자가 미안할 정도였다. 경찰에서는 인권 교육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경찰은 정기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전 직원이 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공권력에는 언제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국가기관이라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몇해 전 모 법원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이미 출산 예정일이 임박했기에 누가 봐도 그러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법원 직원이 오더니 필자에게 “계단으로 내려가세요”라고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했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더니 곧 법원장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필자는 어떠한 설명도, 사과도 듣지 못했다.

더 어이없는 일이 최근 있었다. 모 법원 공탁계에 파산관재인으로서 서류발급을 문의할 일이 있었다. 가압류권자에게 집행공탁 된 돈은 파산재단을 형성할 재산이 될 수 있으므로 공탁금출급사실에 관한 서류는 파산사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서류를 내줄 수 없으며, 사실조회조차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채무자가 문서송부촉탁을 하여도 문서를 내주지 않았고, 필자 역시 문서송부촉탁을 통해 열람복사하게 해달라고 하였으나, 해당 문서 이름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으면 그 역시 안 된다고 하였다. 채무자가 그 문서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한다.

즉, 그 공탁계 직원 말에 의하면 그 서류는 도저히 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과연 기록에 무엇이 있길래 대통령 기록물처럼 하는지 참으로 이상했다. 그러더니 그 공무원이 갑자기 필자에게 일일이 가압류 채권자를 상대로 조사하면 될 것을 일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이었다. 법원 공무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지하고 어처구니없는 언사였다. 파산법을 설명하여 그를 설득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항의 끝에 석연치 않은 사과를 받아내기는 하였지만 필자가 변호사이자 파산관재인이 아니었다면 사과를 받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변호사들이 권위의식이 하늘을 찌른다고 꼽는 기관 또는 그 안의 몇몇 부서들이 있다. 필자는 과연 이 기관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얼마나 실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인권 강의를 할 때면 늘 말미에 붙이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의 경험담인데, 싱크대에서 떨어지는 쇠젓가락 한짝에 발등을 찔려보시라.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대단히 아프다. 권위적인 언행이 아니더라도 이미 지위 자체에 권위가 있다는 것을 아시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요새는 대개 갑질을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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