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령화 시대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 문제가 점차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80대 노인이 두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부담부 증여를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인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는 듯 해서 여기 그 대강을 적어보기로 한다.

 

2. 이 사건의 개요

팔순이 넘은(만 84세) 아버지가 환갑도 지난 장남과 50대 후반의 차남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잘못 판단해서 마지못해 전 재산의 소유권을 두 아들한테 넘겨주었으니 다시 원상으로 환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루는 목포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면서 제법 밥술깨나 먹고 사는 차남이 찾아와서 아버지를 뵙고도 인사는커녕 험상궂게 인상부터 쓰기 시작했다. 무언가 자기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 어떤 위해라도 가할 듯 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아버지가 가진 전 재산의 소유권을 자기들 두 형제한테 몽땅 넘겨달라는 요구를 했다.

“부모가 살아계시는 동안은 누구 못지않게 잘 모시겠다. 딸이 넷인데 딸들은 모두 출가외인이니 아무 쓸모가 없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남긴 재산의 절반이상이 딸들 차지가 된다. 그러니 살아계실 때 모든 재산의 소유권을 자기들 아들들한테 넘겨 달라는 것”이었다. 집문서와 땅문서를 당장 꺼내주라고 했다.

아버지가 거절하자 아들은 장롱을 비롯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었다.

고래고래 소리까지 내지르며 집안을 온통 뒤집어놓은 아들의 행패에 기가 질린 늙은 아버지는 부들부들 떨면서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낡은 집문서와 땅문서를 마지못해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낚아챈 아들은 아버지를 강제로 끌다시피 해서 세워놓은 자기 택시에 태우고 읍사무소로 급히 향했다.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를 아버지 명의로 자신이 발급받아 소유권 이전 수속을 재빠르게 마쳤다. 물론 큰아들과 미리 짜고 한 짓이었다. 그리하여 2012년 2월 19일자로 집터까지 포함한 모든 재산의 소유권은 증여를 구실로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 버렸다.

 

3. 법정에서의 참과 거짓의 맞대결

그 후부터는 아들들의 태도가 평소보다 더 불손해졌고 딸들과의 불화도 자주 일으키게 되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어머니가 지병으로 입원하며 수술을 받거나 장기간 요양을 하게 되었어도 아들들은 간병은커녕 문병 한 번 오질 않았고 모든 치료비와 간병, 요양비용은 죄 없는 큰 딸이 거의 다 부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참다못한 아버지는 드디어 두 아들을 상대로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법정에 마주 서게 되었다.

법정에서의 공방은 실로 가관이었다.

거창한 법리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뻔한 사실을 두고 참말과 거짓말이 대결하는 말장난 판 이었다. 20년 넘게 지병으로 시달리며 시름시름하는 노모를 조석으로 찾은 환갑이 다 된 아들이 문안 인사를 드리기는커녕 발로 툭툭 차며 어서 빨리 죽으라고 재촉하는 장면이 법정에서의 딸의 입을 통해 노출되자 상대 당사자와 그 소송대리인은 입에 거품을 물고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우겨대기도 했다.

재산 환원을 협의하려고 아버지와 함께 두 딸과 막내사위, 그리고 초등학생인 외손녀가 큰아들 집을 찾아 갔을 때 벌어진 나체 소동은 이 사건의 진면목을 상징하는 백미였다.

아버지와 여동생들의 바른 말, 쓴 소리에 말문이 막혀 궁지에 몰린 큰 아들은 갑자기 입은 옷을 홀랑 벗어 던진 채 부엌으로 뛰어가서 식칼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다 죽여 버리겠다고 설치는가 하면 창고에서 농기계 기름통을 들고 나와 쏟으면서 집구석에 불을 확 질러버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다가 막내사위의 재치 있는 제지로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 생생한 장면을 초등학생(5학년) 외손녀가 휴대폰 영상으로 담아 그 증거를 갖고 큰딸이 법정에서 생생하게 그 장면을 연출했는데도 상대방은 역시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4. 너무나 형식논리에 치우친 판결

부담금 증여에 대해서는 당사자 본인 신문과 부인의 증언이 있었고 아들들의 불효는 위의 증거로 충분했다.

고령으로 운신이 불편한 원고는 법정에서의 최후 진술에서 아들들의 불효막심한 소행들을 생생하게 거론하며 더 나이 들어서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고 죄 없는 딸들한테 짐이 되기 싫으니 마지못해 넘겨준 재산을 환원해 달라고 읍소를 했다.

원고 소송대리인(필자)도 민사법정에서는 이례적인 최후 변론을 펴면서 “이 사건은 형식 논리적인 법의 잣대로만 재단할 사안이 아니고 증가일로에 있는 노령인구와 이에 따르지 못하는 국가의 미흡한 노인복지 대책, 그리고 골이 깊어진 세대 간의 갈등과 무너져버린 인륜 도덕 등 제반사항을 신중히 고려해서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원고 패소였다. 원고가 낸 증거만으로는 그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법의 형식 논리에 치우쳐 내린 그 판결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 사건은 항소심에서 원심파기 되어 원고가 승소하였다.

효(孝) 사상이 점차 변질되고 있다. 노부모는 재산을 주며 부양을 요구해야 하고 자식은 대가를 기대하며 효도를 하겠다는 식이다. 효도계약서까지 등장하는 서글픈 세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