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미공개파일들을 공개하였다. 이로써 그간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었던 사건들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배상사건, KTX해고승무원사건, 전교조 법외노조사건 외에 12.28위안부합의에 대한 국가배상사건, 일제하 강제노동피해자 대일본 배상청구사건 등이 그것이다.

양승태 사법부에서는 상고법원설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반대법관사찰, 돌출판결판사 제재시도, 반대법조인성향분석 및 회유, 정권 우호적 판결을 통한 사법거래시도, 국회의원로비와 재판거래시도, 법조비리사건 재판개입시도, 보수언론을 통한 여론조성 시도 등, 실로 가능한 모든 정치적 시도를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헌정국이 도래할 경우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대법원이 헌법재판권한을 행사하려 한 시도도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결국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사유화’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가 다른 사회주의나 전체주의 국가의 사법부와 다른 점은 바로 법관의 독립이다. 만일 재판을 하기도 전에 재판에 대한 결론이나 지시가 미리 내려와 있다면, 그 재판은 처음부터 하나 마나이다. 이번에 그와 비슷한 경악할 만한 일들이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도 일어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 사법적 정의가 살아 있었던 것인가? 만일 그것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치주의가 아니었던 것이고 정의가 바로 섰던 나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정의를 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관의 독립원칙이다. 법관은 입법권, 행정권 그리고 사법행정권 자체는 물론 그 어떠한 영향으로부터 독립되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만 구속되어 재판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법률은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입법자의 의지이므로, 법관은 법률에 대한 기속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개된 문건을 통해서 밝혀진 사법농단행태들은 거의가 사법부 스스로 법관의 독립원칙과 권력분립원칙을 무너뜨림으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헌법파괴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최근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연이은 기각 사태는 ‘누구든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재판관이 될 수는 없다’고 하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만일 현재의 사법부가 앙샹레짐(구체제)에 해당하는 양승태 체제 하에서의 사법농단사태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무너진 사법적 정의와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 국회가 특별재판부의 설치 등의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만일 하늘이 마련해 준 이 기회에 사법부의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고 실추된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때에 타올랐던 시민들의 촛불이 또 다시 타오르게 될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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