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이지만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은 헌법 불합치라고 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을 보면서 양심에 관한 개인적 추억들이 떠올랐다.

유년시절 유난히 실험 유사의 놀이를 좋아했었다. 개구리를 잡아서 해부를 해 보거나, 주사를 놓아 보기도 했다. 유년기 시절 물고기나 곤충의 생명을 뺏는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중학교 들어서면서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점점 불교에 빠져 들기 시작했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나의 생명의 가치가 지렁이나 물고기의 생명의 가치보다 뛰어나다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군시절 계룡산에 위치한 부대에는 유난히 지렁이가 많았다. 습기 많은 밤 아스팔트로 나온 지렁이들은 낮에 햇볕이 내리쬐면 괴로워하고 말라 죽어 갔다. 지나가다 눈에 띈 지렁이 중 아직 살아 있는 지렁이는 주워서 습한 음지로 놓아 주곤 했다.

이등병 시절 어느날, 그날은 비가 왔다. 지렁이들이 유난히 많이 콘크리트 위로 올라와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지렁이를 한 마리씩 집어 화단에 올려 주고 있었다. 그런 행동을 지켜보던 타부대 병장들이 저거 완전히 미친 놈 아니냐고 비웃으며 지나갔다. 그들이 보기에 나의 행동은 미친놈의 행위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양심의 행동이었다.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와 충돌하지 않았기에 어떠한 제재를 받지 않았을 뿐 누가 내게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였으면 나는 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전체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문제에 아예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쉬운 해결방안이겠지만 공동체 내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너무 아파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들의 양심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로 시작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사람들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 사람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구제될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이 바로 우리 변호사들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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