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시대에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법률가가 있다.” 미국이 대공황시대에 있을 당시 미국의 어느 법현실주의자는 법률가를 위와 같이 평가하였다. 이들 직업군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그들이 다루는 ‘언어’는 오직 그들만이 해석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언어’라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부족시대에는 주술사들이, 중세에는 성직자들이 세상사의 이치와 모든 길흉화복 및 인간의 운명에 대한 해석을 독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문명사회사적인 삶을 운영하는 이들은 바로 법률가들이라는 것이다.

법률가라는 특별한 전문가 집단은 로마시대를 기원으로 한다. 로마시대 성직자, 의사와 함께 3대 전문가 집단에 속하였다. 법률가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법률가가 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통상 다년간의 법학교육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로펌 등에 취업하면, 할당된 사건에 관련된 법률과 판례를 찾아 읽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법률가는 고도의 복잡한 자료 분석, 인지, 이해, 판단, 결정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과 직업적 숙련도를 쌓아간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갖춘 법률가는 사회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여유와 직업적 만족을 가질 수 있고, 자기실현, 사회봉사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혁신적 발달에 의하여, 법률가의 이러한 지적노동이 대체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인공지능의 출현이다. AI에 의해 법률 서비스가 자동화, 온라인 서비스화, 상품화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인 로긱스(LawGeex)에서 5건의 비밀유지계약서를 놓고 AI와 20명의 변호사들이 검토를 하고 그 결과를 다른 전문가들이 평가를 하였는데, AI는 26초 만에 모든 계약서의 검토를 마친 반면 대형 로펌 등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은 평균적으로 92분이 걸렸다. 더구나 검토결과물의 평균 정확도를 비교해보니 변호사는 85%, AI는 94%에 달했다고 한다. AI의 장점은 비용도 변호사에 비해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처리 속도도 빠르고 잠도 자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전문직인 법률가의 상당수가 AI에 의해 순식간에 일거리가 없는 비자발적 실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AI에 의해 법률업무도 분업화, 전문화, 표준화, 자동화 등 대량생산의 원리가 적용되어 변호사 수요가 급감하고 저렴한 대중 서비스, 공공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전통적인 법학교육을 필두로 하여 법학 및 법률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AI 검사, AI 판사의 출현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대가 아예 오지 않거나, 더디게 오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미국은 리걸테크 시장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관련 회사만 1,1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법률가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직에도 결코 반갑지 않는 소식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