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고시 8기), 삼인

이 책은 문장이 아닌 구술(oral)의 형태로 먼저 세상에 나간 저자의 강연, 강의, 인터뷰, 방송, 대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칫 1회성으로 끝나기 쉬운 구술의 목소리를 글로 재생하여 ‘다시보기’의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장 ‘한국의 법치주의와 국가권력’에서는 ‘한국의 법치주의,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과 아울러 사법부의 블랙리스트, ‘외풍보다 무서운 내풍’ 등을 다루고 있다, 제2장 ‘압제에 대한 기억과 지식인’에서는 새 시대에 합당한 법조인들이 입신 아닌 헌신을 통하여 ‘가신 이’의 염원을 받드는 ‘산 자’의 도리를 다할 것을 역설하였다.

이어서 제3장에서는 ‘법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은 가능한가?’를 점검해보았고, 제4장에서는 ‘우울한 시대의 삶과 유머’ 등 연성(軟性)의 담론을 풀어놓았다.

저자는 법치주의가 권력자의 하향적 지배수단으로 왜곡된 한국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다스리는 자에 대한 상향적 견제가 법치주의의 본질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법치주의는 누구를 위하여 고안되고 작동해야 하는 장치인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입법이나 행정 분야에서뿐 아니라 사법의 영역에서까지 집권자와의 내통이 공론화되는 작금이고 보면, 법치주의의 궤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더욱 절실해진다. 이 책은 그런 시대적 고민과 숙제를 풀어나가는데 일조가 될 현장 중심의 증언록이나 참고서로서의 쓸모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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