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는가? 아니면 반복되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을 잊은 나라나 국민에게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은 긍정할 수 있다. 한 민족의 역사는 진화론적 역사관처럼 늘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세계사적으로 수많은 민족들의 흥망성쇠가 있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의 발전이란 무엇인가? 사실 역사가 발전한다고 보는 시각은 오래되지 않았다.

볼테르를 비롯한 근대의 철학자들은 인간이성 중심의 사고를 기초로 모든 것이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탈근대주의, 포스트 모더니즘이 기존의 관념을 바꾸었고, 68혁명은 기존의 도덕체계를 붕괴시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GDP의 증가, 법치주의의 확립, 자유와 인권의 신장, 평화와 번영 등의 가치의 비교우위는 국가와 구성원인 국민의 역사발전을 보여주는 가시적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90년 초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라는 책에서, 동유럽과 소련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확신하며 “역사는 종언(終焉)하였다”라고 말하였다.

법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공산주의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진정한 법치주의가 확립되었지 여부에 있을 것이다. 실질적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하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마지막으로 역사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지 어언 30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은 체제전환을 시도하여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으나,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는 권위주의 체제이고, 러시아도 권위주의적 체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 국가의 법치주의는 명목상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휴전상태에 있는 북한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3대째 극단적인 세습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된 후, 약 70년이 지난 현재 남한은 민족사에 있어 가장 눈부신 역사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선택하여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국가를 이룩한 것이다. 반면, 북한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집중제를 통해 1인 독재체제를 완성하였고, 국가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였으나 오히려 주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자유와 인권이 말살되고, 계급적 불평등이 심화되며, 법치주의를 찾아볼 수 없는 봉건주의 국가인 조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역사의 퇴보인 것이다.

최근 남북한 판문점 선언, 미북 비핵화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한의 긴장상태가 완화되면서 남북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 정치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 독재자인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70%가 넘는다는 희극적인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격변기일수록 남북한의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할 가치인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구를 유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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