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 박영사

정호열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경제법 전문가다. ‘이념. 시장. 입법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뿌리와 과제를 쉬운 이야기로 녹여 놓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시장경제의 이념적 뿌리를, 차베즈의 베네수엘라에서 혼합경제의 참담한 실패 사례를, 인도의 고액권 폐지에서 경제입법의 무익한 비용을 살펴보는 것과 같다.

이 책은 이념과 공동체, 구한말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까, 시장과 입법, 시장경제의 미래 등 네 파트로 되어 있다. 제3부 시장과 입법이 가장 풍부해서 8개 장에서 규제가 산업을 망가뜨린 사례를 살핀다. 그러나 제일 흥미롭게 읽히는 파트는 역시 차베즈 스토리를 담은 제1부와 성리학인 가난을 지배도구로 삼아 시장과 상거래를 금압했던 조선후기의 엄혹한 실상이다. 책 전체에 걸쳐 대중영합적 규제와 간섭을 염려하는 저자의 진솔한 마음이 다가온다.

그러나 책의 주된 의미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경제질서가 무엇인지 점검하면서 한국사회를 가로지르는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옳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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