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무렵 나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 업무는 어떤 것들인지 막연하게 궁금해하며 설레고, 아직 겪지 않은 일들을 기대하며 마치 큰 사건들을 진행하면 그 무게만큼 더욱 가치 있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 변호사 업무를 더해갈수록 누군가의 편이 되어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은 크고 거창한 어떤 일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듯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때론 소소한 모든 일들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할머니는 언젠가 나에게 찾아와 흙 때문에 갈라져 거칠어진 손으로 나의 손을 부여잡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내 말 좀 들어보소”라고 말하며 지친 눈을 떨구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어머니와 함께 찾아온 한 어린 소녀는 내 앞에 앉아 마치 판사라도 만난 것처럼 “엄마랑 같이 살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나에게 애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손만 뻗으면 닿는 모든 곳과 우리의 눈길이 닿는 모든 순간에 변호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있고, 우리는 이러한 이유들로 굳이 크고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매 순간 어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변호사의 사명인 것이다.

나는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유명한 큰 사건이 아니어도 법정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어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누군가의 억울한 마음을 대신해 법정에서 한껏 소리 높여 그 마음을 대변해줄 수 있었으며, 하마터면 모두 속았을 뻔한 거짓을 들춰내어 정의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친구로 다가와 준 것임을, 큰 사건에 의미를 두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는 것이었음을, 승소라는 결과를 통해서만 소송 당사자들이 치유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행복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비록 여성으로서 변호사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는 일들이 어느 순간 버겁고 힘겹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주위에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잘 살펴보면 감사와 행복의 주제가 된다. 감사와 행복은 미뤄두었다가 언제 한번 나에게 크게 몰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소소한 일상 속의 우리 모습에, 우리가 손을 뻗는 모든 곳에 우리의 눈길이 닿는 모든 순간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역할까지 감당하느라 피곤함이 몰려올 때, 내가 어떤 큰 준비가 되어야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될 때, 지금 나의 쌓인 일과 처한 상황이 암울하여 감사와 행복이란 단어가 낯설게만 느껴질 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언제 한번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해답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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