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변협포럼

대한변협이 주관하는 제56회 변협포럼이 지난 21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박경미 국회의원이 변협을 찾았다. 박 의원은 ‘4차산업혁명의 미래 교육’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경미 의원은 제20대 국회의원이자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학자·교육자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 OECD 학업성취도 비교연구(PISA) 수학전문위원,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도 대한수학교육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물론 여성가족위원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와 함께 당내 원내대표단 소통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수학 콘서트, 수학교육학심론 등이 있다.

“우리는 근대 수학의 토대를 제공한 프랑수아 비에트, 페르마의 정리로 유명한 피에르 드 페르마, 미·적분을 독창적으로 발명해낸 라이프니츠 등 수학자이자 법률가였던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경미 의원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수학과 법에 대해서 설명하며 두 가지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과 수학 모두가 약속을 기초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사는 일차적으로 법률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리는데, 이는 공리·공준·정의에 입각하는 수학적 증명과 유사합니다.

이전 판례를 근거로 한다는 점도 수학에서 이미 증명된 명제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봅니다. 이렇듯 적절한 근거에 기초해 논리적 추론에 따라 하는 판결과 수학적 증명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

박 의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힌 책으로 알려진 유클리드의 ‘원론’에 대해 “법의 구조 또한 원론과 그 맥을 같이하고, 판사의 판결도 원론의 연역적 증명과 대칭된다”고 말하며 수학과 법에 대한 발언을 마무리했다. ‘원론’에는 정의 23개, 공리·공준 각 5개를 기본으로 한 수학적 명제 465개가 담겨있다.

“현대는 물론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더 이상 백과사전적인 단순 정보가 필요한 세상이 아닙니다.”

박경미 의원은 1910년 프랑스 미술가인 빌레마르가 예견한 2000년대 학교를 예견한 삽화에 대해 설명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삽화에는 학생의 두뇌에 지식을 주입하는 기계를 연결해 학습하는 장면이 담겼다. “우리 학생들이 풀고 있는 문제들을 보면 단순 정보와 관련된 지식을 묻는 문제(위 사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은 앨빈 토플러가 정의한 무용지식(obsoledge)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창의력을 키워야 할 미래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를 머릿속에 억지로 집어넣으며 상상력을 고갈시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사실적인 정보를 암기하는 것보다 방대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박경미 의원은 이와 함께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영국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1979)’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1979년 당시 영국이 겪었던 교육문제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개성있고 능동적인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균등한 벽돌과 같이 사회성과 개성이 말살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OECD에서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취도에 비해 저조한 정의적 성취도를 보입니다.”

박경미 의원은 교육과 학업성취도에 대한 국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연구 결과를 통해 높은 성취도 점수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효과이며, 학습시간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성인 능력 측정(PIAAC)을 보면 우리나라 성인 역량이 학창시절 이후 빠르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OECD 평균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는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시험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과 함께 평생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편견과 달리 실생활 맥락의 문항으로 역량을 측정하는 PISA와 협력적 문제해결능력 조사(CPS)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두각을 드러낸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미래 사회를 대비해 일찌감치 STEM 교육과 MINT 교육 등 과학·수학·정보교육과 이들 간의 연계·융합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경미 의원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말했다. STEM 교육은 과학·기술·공학·수학 중심 교육을, MINT 교육은 수학·전산학·자연과학/이학·기술 중심 교육을 뜻한다.

박경미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교사들을 주축으로 거꾸로 수업, 하브르타, 문제 중심 학습, 융합수업과 같이 현장에서 교육 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 직속으로 과학·수학·정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융합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차기 변협포럼은 내달 19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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