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勤勞者)는 그 대립항이 모호한 말이다. 근로자와 대립되는 개념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 즉 일을 게을리 한다는 의미에서 해로자(懈勞者) 또는 태로자(怠勞者)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싶지만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근로자가 옳다면 정치인은 근정인(勤政人)으로, 경영자는 근영자(勤營者)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5월 1일에 법원, 검찰 등의 공무소가 쉬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률사무소의 소속 변호사(고용 변호사), 사무직원은 휴무가 아닌 경우가 적잖다. 헌법재판소 2015. 5. 28. 2013헌마343 결정에서 근로자의 날을 관공서의 공휴일에 포함시키지 않은 규정이 공무원의 평등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니 향후 입법부에서 논의할 문제로 보인다.

한국의 옛글에서 근로(勤勞)라는 표현이 다수 등장하지만 임금과 신하 등 전문가는 근로해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하고, 백성이 근로를 하면 이례적인 일이므로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쓰였다. 가령 ‘고려사’ 박영규 열전에서는 견훤이 왕건에게 투항하게 되자 “대왕(견훤)께서 마흔해 넘게 근로하여 공업이 거의 이루어지려 하였다”라고 썼다.

서양어에서는 ‘일’의 뜻이 대체로 고통, 분쟁, 처벌, 슬픔 등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옛글 속 근로는 단순히 ‘힘을 들여 일함[勞力]’을 넘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努力]’이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옛사람이 근로를 오히려 전문가의 자발적인 책무에 가깝게 여겼을 수도 있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1928년에 쓴 에세이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에서 100년 뒤인 2028년이 되면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15시간씩만 일해도 된다고 예측했다. 개업변호사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유롭게 근로(!)하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노력하면 케인스가 예찬하였던 ‘시간을 고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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