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전문분야 이야기
[전문분야 이야기]좋은 법관
천주현 형사법 전문변호사  |  procureur@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87호] 승인 2018.05.07  09:54:1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법관은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적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법이 무엇인지 확인·선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여 소송관여자의 소송법상 권리·의무를 제약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다.

직권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 사실인정과 양형을 법관에게 집중시킨 형사소송 체제에서 그 힘은 매우 강하다. 법관은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힘을 경계하여 좋은 법관이 될 것인가.

첫째, 법관은 검사의 공소가 이유 있는지 심판하는 위치에 있다. 검사의 공소를 확인하거나 보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임무가 아니다. 공소내용을 입증할 의무는 검사에게 있고, 그것을 검사의 입증책임, 검사의 공소유지의무라고 한다. 따라서 법관은 공소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마지막까지 품어야 하고, 그것은 무죄추정 임무를 부여한 헌법의 명령이다. 공소내용이 그 자체 불명확하거나 믿을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법관은 무죄를 선고하는 데에 주저하여서는 아니 된다. 만약 공소내용 일부만이 유죄일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범위, 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축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 법관은 수사의 과정과 내용이 무기불평등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주로는 유죄시각을 형성한 검사에 의해 막강한 수사권한이 행사된 후 기소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피고인이 억울함을 벗을 기회는 형사1심 재판이고, 검사가 사용한 수사기간과 방식에 비해 피고인의 시간과 수단은 매우 제한된 것이라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대법원이 공판중심주의, 사실심충실화 정책을 내어놓았지만, 검사와 피고인의 무기불평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법관에게는 공염불이다. 특히 그의 평소 성향이 조서재판과 빠른 결심을 선호하는 것이라면 피고인은 재판에서 또 한번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따라서 법관은 피고인의 증거신청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재판의 장기화는 때로 충실한 재판과 동의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각종 재판조서는 공판에서 새롭게 생산되는 강력한 증거이므로, 법관은 법원사무관 등이 그 내용을 작성함에 있어 허술하게 작성하거나 상투적 표현만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1심 재판을 직접심리하지 않은 상급심 법관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원심 핵심주장을 접하지 못하게 된다.

넷째, 검찰의 증거를 조사할 때에는 변호인의 증거의견을 매우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변호인은 법률전문가로 공익적 사명을 갖고 있지, 괜히 절차만 방해하거나 거짓 변론을 일삼을 생각이 없다. 따라서 부동의 수사보고서를 취지부인·동의 의견으로 변경토록 권유할 필요가 없다. 번거로운 절차가 반복된다면 검찰은 수사보고서 작성을 자제할 것이다. 그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직접주의, 전문법칙과 맞닿아 있다. 위법과 부당의 경계선에 서 있는 수사방식이 수사보고서이다. 만약 변호인의 변론보고서를 마구 수용해 준다면 변호인도 무한대의 방식으로 변칙적 변론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법관은 심리에 매우 유용하고 객관적 내용을 담고 있는 수사보고서, 예컨대 체포경위, 금융내역 분석보고 등에 한해서만 관대해야 한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소송전문가는 변호사, 세무사는 역부족”
2
IBA 서울 총회 본격화 … 임원 등과 간담회
3
지금 김현 협회장은(74)
4
삼겹살 구우며 멘토링도 나눠요!
5
세계한인법률가들의 리더, 최정환 변호사를 만나다
Copyright © 2018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