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제도의 여러 도입 취지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법조 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학부로서의 법과대학이 없어졌고, 다른 분야에서 일했거나 적어도 학부 때 다른 전공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로스쿨을 통해 과연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 인력이 양성되는지에 관하여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로스쿨 입학 기준의 정량화가 강화되면서, 실무 경험보다는 학점 등의 요소가 중요해져 실무 경험 없이 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로스쿨 입학생의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부에서 법이 아닌 분야를 전공하면서 얻은 지식은 그 사람의 사고 방식을 형성합니다. 실제로 로스쿨에서 만난 친구들은 출신 전공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전공을 물어보기 전에도 가끔 그들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로스쿨에서 3년 동안 함께 구르다 보니, 다양한 색깔을 가졌던 친구들도 다들 고만고만하게 비슷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법 공부를 어느 정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개성을 지우고 법학적 사고를 빠르게 흡수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법학적 사고를 다지는 것만으로도 로스쿨의 3년은 매우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쌓은 전문 지식을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학생들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더라도 그 분야를 법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이미 그 분야에서 실무가로 활동했던 사람들도 법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조인의 시선에서 그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감을 잡기 어려우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꿈은 어느덧 흐릿해지고, 단지 코앞에 닥쳐오는 공부들을 해치우면서 목표가 짧아지고 편협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특별히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보다는 남의 꾸는 꿈을 비슷하게 따라 꿉니다. 모두가 비슷한 꿈을 꾸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실제로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여 법과 다른 전문 지식을 융합하는 데 성공하신 선배 법조인분들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저희의 시야가 더 트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법 공부를 하면서도 원래 가지고 있었던 다채로운 색깔의 꿈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로스쿨이 배출하는 법조인들이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하기보다, 각기 다른 꿈을 꾸면서 법조계의 새로운 저변을 개척해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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