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기 동안 노동은 비용의 문제로만 인식되어온 탓에 존중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이에 수반된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우리 사회공동체의 합의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 이에 노동시장의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중심으로 하는 견해와 고용안정을 기반으로 하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지만, 그 궁극적 목적은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불투명한 경제지표를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꺼져가는 한국경제에 활력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새로운 노사 상생과 협력 방안으로 노사협의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동관계법률 중 하나인 근로자참여법에서 정하고 있는 노사협의회는 단체교섭과는 별도의 노사간 의사소통방식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정보를 교환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사협의제도가 단체교섭과 제도적·조직적으로 구별되지 못해 사업장에서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의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근로자대표를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로자대표 선출절차 위반으로 대표성이 부정되어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무효로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최근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법문에 따른 근로자대표의 동의 이외의 다른 형태는 인정하지 않는 추세에 있다. 이에 이하에서는 노사협의회의 운영상 유의점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노사협의회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상시 3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근로자참여법 목적상 노사협의회는 노사공동이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근로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은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로 인한 교섭대표노조와는 다르며, 근로자참여법상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하므로 해고된 자는 부당해고를 다투지 않는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유지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자격은 자동 상실된다.

둘째,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노조의 대표자와 노동조합이 근로자위원을 위촉하면 된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직이나 촉탁직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해당한다면 근로자 과반수 산정에 포함될 수 있으나, 소속 회사가 다른 파견직 근로자는 사용사업장의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위원 위촉 당시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었다면 그 후 조합원 변동으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도 이미 위촉된 근로자위원은 3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셋째,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없는 경우는 근로자위원은 근로자들의 자율적인 선출절차에 의해야 한다. 근로자위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중에서 선출해야 하며, 근로자 1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중에서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를 통해서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대리인에 의한 투표는 할 수 없고, 후보자 수가 근로자위원 수와 같더라도 무투표당선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근로자위원 선출 시 전체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부서별 내지 직급별 근로자 수를 감안하여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위촉할 수 있는 권한은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과반수에 미달하는 노동조합에 위촉권을 부여하는 것은 비록 노사합의를 거치더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넷째, 노사협의회는 사업장 단위로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충처리 등 고용관계 전반에 대해 협의·의결하는 기구이므로 해당 사업장에 속하지 않는 근로자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노사협의를 방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교섭대상으로 삼아 교섭하거나 노사협의회의 의제로 삼는 것은 하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사업주의 직접 지휘·감독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추후 불법파견 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체교섭과 달리 노사협의회에서 노사간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라도 노동조합이 쟁의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만약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강행하면, 회사는 불법파업 참여자에게 징계뿐만 아니라 민·형사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 다만, 사용자도 노사협의회를 소통의 창구로 적극 이용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근로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사협의회를 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의 본질은 사람(人) 사이(間)의 관계에 있기에 참정권은 기본적 권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상황에서 노사 소통의 창구로서 노사협의회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불가에서는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전통이 울력(사찰에서 승려들이 모두 힘을 합하여 일하는 것을 의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노동은 자기수행이자 사회공동체를 위한 매우 중요한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로 성숙된 시민의식이 활성화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업장에도 녹아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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