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 아치 위에 사람이 올라갔대!” 지난해 5월 다급하게 걸려온 제보 전화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법시험을 존치시켜달라는 고공시위였다.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먼저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차량통행도 제한했다. 일대 교통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장장 25시간에 걸친 목숨 건 시위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찾아와 “고시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설득하면서 마무리됐다. ‘고시생모임’ 대표 이종배(41)씨 얘기다. 이씨가 지상으로 내려온 날 그를 붙잡고 무작정 국밥집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대구 출신인 이씨는 화공학과를 나와 섬유업에 종사하던 중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35살때부터 사법시험에 도전해왔다. 1차를 통과한 적은 한번도 없다.

5년여간 쌓인 공부량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까. 대화의 흐름은 자연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졌다. 이씨는 “실제로 필드에 나가면 ‘로스쿨 출신이 실력 없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잘라 말했다. 정작 그가 아직 필드에 ‘나가본 적’은 없다.

역사상 마지막 사법시험을 한달 앞두고 가졌던 그날 인터뷰가 요즘 새삼 기억난다. 로스쿨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이번 논쟁은 ‘정부 vs 사시준비생’ 구도가 아닌 ‘연수원 출신 vs 로스쿨 출신’이란 점에서 더욱 엄중하게 느껴진다.

특히 대한변협이 지난 1월 “로스쿨 출신 신규 변호사 전원을 사법연수원에서 6개월간 일괄교육하자”는 제안을 대법원과 법무부에 공문으로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 수렴절차조차 없었다고 한다. 법조인을 국가가 나서 양성하는 건 문제라는 등 지적 속에서 찾아낸 로스쿨이란 해법은 한순간에 무색해졌다.

로스쿨은 적잖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 출범시킨 한국 법조계의 도약대다.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저서 ‘미국의 힘 예일 로스쿨’에서 기존 사법시험에 대해 “직업윤리나 실무능력 평가 없이 필기시험만으로 법률가를 선발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키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의 ‘전면화’야말로 법조계의 살길임을 보여준 통찰이다.

변협이 할 일은 로스쿨의 ‘내실화’에 기여해 일류 법조인 양성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명품 법조인’이 로스쿨을 통해 배출되는 기반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로스쿨 출신의 ‘공부량’ 운운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건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렵게 가꿔온 로스쿨이 꽃을 피우는 걸 가로막는 일에 불과하다. 로스쿨이야말로 법조계가 앞장서서 지켜야 할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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