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일하게 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가 의뢰인의 대리인으로 조정에 참가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정위원으로 당사자들과 대리인들의 조정과 합의를 권하는 일을 하는데 이러한 반대되는 입장 속에서 느낀 바들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일방이 왔고 타방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설사 조정 시간을 꽤 넘기더라도 먼저 온 일방을 밖에서 대기시키고 타방이 온 다음에 양 당사자를 조정실로 입장시켜야 할 것입니다. 먼저 온 일방이 타방도 없는 상태에서 조정위원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을 (드물지 않게 상대에 대한 인격적 비난을 섞어) 하게 된다면 다른 당사자는 그 조정위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대리인으로서 조정 시간에 늦지도 않았는데 조정위원들이 먼저 온 상대방을 조정실에 앉히고 장황히 그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 조정위원들에 대한 신뢰가 전혀 가지 않았습니다. 한편, 제가 조정위원으로 일할 때 일방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욕구를 여러번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예의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주 많은 조정위원들이 저보다 나이나 경륜이 많고 예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 또는 대리인을 핀잔주는 조정위원을 보았는데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또 조정위원이 금해야 할 것은 조정을 강요하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조정은 당사자들에게 소송 이외의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고 그것으로 족합니다. 먼저 당사자들에게 조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충분히 설명하고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한번 더 조정의 이점을 권고하고 그래도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조정불성립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가 안 되고 조정이 안 되었으니 소송으로 다투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제가 지금까지 조정위원으로 참여한 수를 세어보니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부끄러운 행동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반성하며 나은 조정위원이 되어야겠습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