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김재문 변호사 (우)Hand Made Shoes for Men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제목 그대로 남자를 위한 (수제)구두에 관한 서적입니다. 평소 남성 구두에 관심이 있던 저는 본 책을 중고서점 매장 외서(外書)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구매하게 되었고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과 그림들 덕분인지 책을 읽는데 어렵다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본 책에는 구두에 관한 전문 용어들(예를 들어 lasts, brogue)이 제법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반지식이 없으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 책은 구두에 관한 용어를 상세하게 설명한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어, 구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으며 관련 지식을 습득함에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현재 본 책은 ‘남자의 구두’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본이 출간되어서 원서를 구하기 힘드신 분들은 번역본을 보셔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본 책은 남성 구두를 단지 패션으로서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의 역사, 구두의 기능, 구두 제작과정, 수선방법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풀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본 책은 남성 구두에 관한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책의 도입부에는 발의 해부학적 도면부터 건강한 발, 평발 등 다소 특이한 발의 형상, 구두의 역사(기능에서 패션적인 부분까지) 등을 일반적으로 서술하고 구두의 디자인이나 부위에 관한 기초적인 용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 1편(Kingsman: The Secret Service)에서 “oxford without brogue”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본 책을 읽으신다면 이는 무늬가 없는 옥스퍼드화(끈으로 묶게 되어 있는 가죽 구두)라는 뜻으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옥스퍼드(Oxford), 더비(Derby), 몽크(Monk), 슬립퍼{Slipper, 보통 슬립온(Slip-On)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긴 합니다} 등 구두의 디자인과 기능에 따른 분류 등 우리가 평소 신고 있던 구두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패션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구두 매장에서 디자인과 색상을 보고 구두를 선택할 수 있지만, 동일한 디자인이나 색상의 구두를 찾으실 때 세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간단한 용어로, “세미 브로그(Semi-brogue) 스트레이트 토 캡(Strait toe cap)의 갈색 구두를 찾습니다”라고 말하면 구두 점원은 대번에 그 구두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는 법원에서 주저리주저리 풀어 설명하기보다 명료하게 법률 용어를 사용하여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설명하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본 책은 하나의 구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죽 무두질부터 포장까지 사진과 그림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본 책을 통하여 수제구두의 복잡한 제조 과정을 알게 되어 구두가공 과정의 각 장인들의 노력을 낮게 평가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는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은 제품의 지속가능한 생산이 유지되기 위한 좋은 소비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 KBS 2TV ‘다큐 3일’이란 프로그램에서 대구광역시 향촌동 수제화 골목을 소개하였는데, 저는 본 책을 읽어서인지 구두 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드시는 장인들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수백년 역사를 지닌 수제 구두 브랜드가 여럿 있지만, 비록 서양식 구두의 도입 역사가 짧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장인들의 노력을 너무 값싸게 대하는 작금의 현실 때문인지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 하나 없다는 점에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다소 아쉬운 점은 슈케어(Shoe Care)에 관한 부분의 설명이 다소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본 책이 구두에 대한 종합백서다 보니 그러한 빈약한 점은 다소 수긍할 수 있지만, 주말에 슈케어를 하며 일주일을 정리하는 필자에게 이는 다소 아쉬운 점이긴 하였습니다.

오늘도 고객을 만나고 법정에 출정하느라 바삐 걸어 다니시는 변호사님들께, 자신의 발에 잘 맞는 튼튼하고 편한 좋은 수제화를 장만하셔서 신고 다니는 것이 자신에 대한 가장 좋은 투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본 책에 대한 서평을 마칩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