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옆 건물 한켠에는 작은 커피전문점이 있다. 대전에 커피집들이 많이 들어서기 전에 개업한데다 주인이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이 대단하여 지금도 크게 성업 중이다. 주변에는 유명커피집들이 즐비하지만 그래도 그 ‘커피볶는집’ 만큼 잘 되는 곳은 없어 보인다. 사실, 내가 자주 가는 그 ‘커피볶는집’의 주인은 우리 사무실 직원의 부인이다.

평소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차를 마실 일이 있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엔 여지없이 그 ‘커피볶는집’으로 간다. 일단 가깝다. 커피가 잘 팔리니까 매일 볶아서 신선하다. ‘커피볶는집’ 주인의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마디로 커피가 맛있어서 그 ‘커피볶는집’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커피볶는집’을 가지 않고 그 옆에 있는 XXX커피집을 간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거나, ‘커피볶는집’의 커피맛이 아주 형편없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아니면, 직원과의 관계가 나빠서 일부러 가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반면에 ‘커피볶는집’의 옆에 있는 XXX커피집에서 나를 단골로 확보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극적인 반전으로 홍보효과가 클 거다. XXX커피가 얼마나 맛있으면 저 변호사는 자기 직원 부인이 운영하는 ‘커피볶는집’을 안가고 XXX커피집에 자주 오겠냐고 동네방네 떠들어 홍보할 것이 분명하다. 이건 동네 구멍가게 주인집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아서는 옆에 있는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먹는 것과는 다르다. 일본의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소속 구보이 노리오(久保井規夫) 교수가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열심히 강연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과 비슷할 거다.

얼마 전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세무사법 개정의 핵심내용은 지금까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던 것을 삭제하여 앞으로는 변호사가 되어도 세무사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많은 변호사들이 세무사를 등록을 하지 않을 때부터 그 대표발의자는 앞서서 세무사 등록을 하고, 사무실 간판에는 세무사라고 병행하여 쓰고 있었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신 그분의 가치는 세무사법 개정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세무사 분들에게는 천군만마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분의 변호사 출신 내력은 정당성의 근거로 작용하였을 것이고 세무사회에서는 이를 적극적 활용하였을 것이다. 반전의 신뢰도를 가지고 세무사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다. 그 대표발의자는 “내가 변호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세무사법을 개정하여야 한다”고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하였을 것이다. 아니,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이제 더 이상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니신다. 앞으로 세무사 개업을 하실 계획인지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우물에 침 뱉고 가면 뒤에 가서 꼭 자신이 그 물을 마시게 되어 있다’는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뀌면 다시 그 우물물을 마시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는 변호사 출신이 아니고 세무사 출신이라고 하셨으면 좋겠다. 변호사들의 업무활동영역을 침범하려는 직역의 사람들은 또 다시 그분을 앞장세우고 싶어 할 거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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