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법예고된 행정사법 개정안에는 행정사에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 내용 제외 돼
성명서 발표 및 서명운동 진행 등 변협 노력 빛 발해 … “변호사 직역 적극 방어할 것”

지난 2016년 10월, 변호사 수십명이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 모였다.

이는 변협이 주도적으로 개최한 첫 집회로, 변호사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들은 제각기 ‘행정비리 조장법! 국민권익 침해법! 행정사법 개정안 즉각 철회하라!’ ‘전관공무원 배불리는 행정사법 개정안 철회하라!’ ‘변호사 배출 수 줄이고 청년 변호사 일자리 창출하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단체 시위에 나섰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과 법제 등에 대한 자문권한을 부여하는 등 행정사 업무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즉각 반발하며 성명서 발표,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 요구 및 개정안 반대 의견서 전달, 릴레이 1인 시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다. 결국 행정안전부는 해당 내용을 제외한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변협은 “행정사 직역과는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변호사 업무 영역을 넘보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행정사 법률 전문성 검증 못 해 전관예우 성행 가능성도

변협이 행정사법 개정안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행정사의 ‘법률 전문성’이다.

변협은 “행정사 시험의 과목과 형식만으로는 행정심판의 기본 법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심판 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행정심판 외에도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민사법 법리를 숙지해야 하는데, 시험 과목인 민법총칙과 계약법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험과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다수 행정사가 시험면제자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행정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3년 1회 시험이 치러진 이후 3년간 행정사 자격 취득자 중 1차, 2차 시험을 면제받은 경력 10년 이상의 공무원이 9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협은 “장기간 혹은 높은 급수의 공무원 경력만으로 법률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의 법률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이수자에 한해 행정심판 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어떤 전문자격사든 전문지식을 보수교육과 유사한 형태의 간소한 연수만으로 갈음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A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연간 20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심판 대리는 변호사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행정사가 행정심판 대리권 등까지 부여받게 되면 행정심판 영역에서도 전관예우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B 변호사는 “행정심판 담당 공무원이나 공무원 출신 행정심판위원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등 연고관계가 있는 행정사들은 이러한 관계를 활용해 영업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난했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전관예우를 부추기고 ‘관피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전문성 키워 경쟁에서 승부해야

변협은 변호사 직역 확대 및 수호를 위해 다양한 아카데미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입법 아카데미’ ‘준법지원인 아카데미’ ‘회계·세무 아카데미’ 등을 개최했으며, 올해도 다수 아카데미 개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전문성 강화를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채권추심·노무·세무·등기경매 등 분야별 변호사회를 구성하고, 전문 교육 실시, 업무매뉴얼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9일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관련 소송 주요 참여업자로 법무사를 규정한 내용을 삭제한 새로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고시했다【상보 2면】”며 “앞으로도 변호사 직역을 적극 방어하고, 변호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전문성 강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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