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법과대학 신입생 시절 처음 받은 과제를 떠올려본다. 법학개론시간에 미국 더글러스 대법관이나 김병로 대법원장의 이름을 알게 했던 당시 ‘바람직한 법률가란 무엇인가’라는 과제는 지금까지 마음속에 미완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와 학계를 관통했던 화두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여기저기서 내 직업이 미래에 인공지능에 의하여 사라지지 않을까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논의되었다.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인 법조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바람직한 법률가가 아니라 ‘생존가능성을 열어 주는 법률가의 자질’이 문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연말 세무사법 개정은 소위 ‘전문성’에 대한 세간의 의심과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변호사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법의 개정이유로 내세워진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세요건의 세세한 규정과 세무회계의 기술성을 갓 배출된 변호사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반복하여 이루어지는 세무신고의 복잡함이나 세무조사에서의 관행도 경험없는 변호사들에게 진입장벽에 해당한다. 그러나 방대한 법률의 체계는 변호사나 세무사, 신규자나 경력자 모두에게 끊임없는 도전의 과제이지 결코 하나의 자격증 취득으로 완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이해하는 전문성이란, 개별적인 규정을 전체 법체계의 이념과 제도 속에서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이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세법의 요건은 그 기초를 이루는 민사법의 체계와 결합되어야 하고, 과세를 위한 조사, 부과 및 불복 과정은 전체 공법의 제도와 이념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되는 하드 케이스(Hard Case)에 있어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실질주의라는 대립되는 원리 속에서 법원과 세무당국이 취할 수 있는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문제해결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전문성의 확보에는 세부분야의 규정과 판례의 숙지를 넘어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교육과 실천적 해결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이상론일까.

인공지능시대에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자질은 ‘현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시술하는 인간 의사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픔과 약점을 드러내야 하는 의뢰인을 만나서 적절한 자문을 하는 일선 변호사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변협과 법무부의 협력으로 몇년 전부터 시행된 ‘마을변호사제도’는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지역 곳곳에서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만능의 해결사로 그려지던 전관의 권위적 변호사는 현장에서 실천하는 친절한 마을변호사로 점차 대체되리라 기대해 본다.

작년 한해 우리 사회는 광장 민주주의의 역동성으로 인하여 법치주의의 의미가 새롭게 요동치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였다. 그와 더불어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의견이 중시되는 ‘전문가의 종말’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마냥 법률의 전문가라는 추상적인 기존 권위에 얽매여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새롭게 전문성의 의미를 교육하고 현장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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