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일,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이하 ‘청주재판부’)가 설치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충북 도민들은 고등법원의 재판을 받기 위해서 대전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당시 문제의식을 공유한 충북지방변호사회(이하 ‘충북회’)와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은 한 마음으로 고등법원 유치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청주재판부가 설치되었는데, 출범 초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 1개 재판부만으로 운영되다가 사건 수가 증가하자 청주지방법원장이 재판장을 겸임하는 재판부를 추가하여 2개 재판부로 운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충북회가 작년에 분석한 대법원 사법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주재판부의 법관 1인당 사건 접수건수는 전국 최고치를 보이고 있으며, 처리 건수 또한 춘천원외재판부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제사건의 경우 전국 평균이 70여건인데 청주재판부는 90여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사건처리 기간도 형사 사건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길고, 민사 사건은 전국 최고이다.

이러한 청주재판부의 운영은 몇 가지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아래 두 가지이다.

첫째, 충북 도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말해주듯 재판의 신속한 진행은 근대사법이 추구하는 중요한 이념 중 하나이고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충북회가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주재판부의 민사사건의 경우 사건접수부터 제1회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약 7~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재판지연의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둘째, 재판부의 업무 과다로 인해 심리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안고 있는 재판부로서는 인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당사자들의 증거신청 등 공격·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충북회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경우 접수부터 제1회 변론기일까지 약 7~8개월이 걸리는데 반하여 실질적인 심리기간은 약 3~4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 결과에 쉽사리 수긍할 수 없게 하여 남상고 및 사법불신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청주지방법원장은 대외적으로는 충북지역의 사법부를 대표하는 기관장으로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청주지방법원 본원과 3개 지원의 소속 판사 및 직원들에 대한 사법행정을 총괄해야 하는 법원행정의 최종책임자로서 고유의 업무량이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청주지방법원장이 고등법원의 재판까지 맡는 것은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양쪽 모두의 업무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북지역 사법행정의 총책임자로서의 지위와 재판장으로서의 지위가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에 충북회는 지방법원장이 재판장을 겸임해서 운영되어 온 형식적인 2개의 재판부가 아니라 재판업무에만 전념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재판장이 되는 실질적인 1개 재판부의 증설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요구하고 있다. ‘각급 법원에 배치할 판사의 수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대전고등법원의 경우 부장판사를 8명까지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대전고등법원 본원에 부장판사 6명, 청주재판부에 부장판사 1명이 배치되어 있으므로 위 대법원규칙을 개정하지 않고도 청주재판부에 부장판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충북 도민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충실한 심리를 통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적 수준까지 보장되어 사법서비스에 대한 차별로 충북 도민들이 느꼈던 소외감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 이 칼럼은 충청북도변호사회보 제3호에 실린 ‘시론’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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