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업 4 년차, 출산 40일차 변 호사입니다. 송무가 재미있어 천직 이라 생각하며 4년을 보냈고.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차로, 기차로, 버스로 전국 법원을 다니는 재미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임신을 했고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체력이 떨어져 긴 호흡으로 서면 쓰는 것이 힘들고,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의뢰인의 전화가 부담스러워졌으며, 재판에 늦지 않기 위해 과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는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버티는 심정으로 마지막 재 판을 마무리하고 선고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을 하게 되 었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난 후 마주한 생명은 너무나 작고 연약했고, 엄마로서의 나는 무능 그 자체였습니다. 변호사로서의 날카로운 이성은 무뎌진지 오래고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아이와 씨름하다 문득문득 “내 스스로를 책임지지도 못하는 내가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무능한 내가 복귀하여 다시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떠오르면서 내 존재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잠투정하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아이의 작은 손을 살짝 잡았습니다. 그런데 나의 딸은 한달도 안 된 아이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강한 힘으로 손가락을 잡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작은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무력해진 나를 치유할 만큼 따뜻했고, “이 작은 생명이 나를 엄마로 믿어주고 있다” 라는 생각에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비록 출산으로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아이로인해 업무에 쓸 수 있는 시간이줄어들겠지만, 출산 후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고, 무엇보다 따뜻한 가슴을 얻게 되었습니다. 출산 전과 달리 사건을 가슴으로 이해하니 진정성 있는 변호가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출산휴가 기간 동안 하루에도 수차례 좌절하고 눈물흘릴 수도 있지만, 이제는 변호사로서의 복귀가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주는에너지를 마음에 담아 좀 더 성숙해진 변호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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