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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_해시태그]원곡동 스케치
서치원 변호사·경기중앙회  |  chiwons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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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승인 2018.01.15  0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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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원 앞으로 옮기기 전까지 2012년부 터 만 4년간 원곡동 사무실을 지켰다. 핸 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눈에 띈 그 시절 사 진 몇장을 지나치기 어려워 끄적여 본다.

K는 중국국적의 재외동포(F-4). 원곡동에는 30년 이상 된 저층빌라가 꽤 많은데 열악한 만큼 임차료가 저렴하다. 집주인은 주로 서울에 살면서 재개발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사람들. 그래서 임대차 계약진행은 원곡동 공인중개사에게 일임하곤 한다. K는 오로지 중개인이 시키는 대로 전세금 4000만원을 중개인 계좌로 송금했다. 1년 뒤 갑자기 집주인이 나타나 “왜 월세를 내 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중개인이 중간에서 전세계약을 월세계약으로 둔갑시키고 차 액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유자 에게 전세보증금반환청구 소를 제기했는 데 2년 정도 걸린 1심판결은 다소 파격적 으로(?) 본대리행위에 의한 계약책임을 지 라고 했다. 그 사이 도망갔던 중개인이 붙 잡혀 수감되면서 형사합의금도 약간이나 마 지급받았다. 집 문제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유방암에 걸렸다는 K의 부인은 수술 후 쾌유 중이다.

O는 방글라데시 국적의 비전문취업(E- 9) 이주노동자다. 사업주가 3년 근로 후 1 년 10개월 근로계약연장에 동의해 준다고 했는데 실수로 기간을 놓치더니 이제는 나 몰라라 한다했다. 사업주를 상대로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년 넘게 진행된 재판은 의외로 화해권고로 종결됐다. 청구액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었지만 O는 만족했다. 조금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 커다란 눈에 긴 속눈썹과 까만 눈동자를 가진 O는 참 하얀 이빨을 가졌었다.

R은 중국국적의 영주권자(F-5)다. 중국에 있는 친척의 초청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귀국이탈보증금을 여행사에 맡겼는데 어느 날 여행사가 문을 닫아버렸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사람들이 수십명. 원곡동에 피해자가 모였다. 한국말에 능통한 그는 여행사사기피해 사건의 대표를 자청했다. 그의도움으로 수십명의 중국인 피해사실을 정리해 여행사를 사기, 횡령 등등으로 고소해봤지만 검찰청은 사건을 타관송치해버렸고,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되었다.재정신청도 소용이 없었다. 한국 여행사는중국 여행사에 돈을 보냈을 뿐이고, 중국현지 여행사가 망해 돈을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편취의사가 없단다. 그나마 민사소송은 공시송달로 승소했지만 집행재산은 전무한 상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원곡동 풍경 가운데 하나.

E는 네팔국적을 가진 이주노동자. 사업주가 짐을 기숙사 밖으로 던지며 내쫓아 한겨울에 갈 곳이 없어 헤매다 원곡동을 찾았다. 부당해고구제심판신청을 진행했는데 E는 중노위 단계에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고, 사건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A는 미얀마 국적의 이주노동자. 사업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오히려 형사재판을 받아야 했다. 사업주 내외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모두 A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입을 맞추는 바람에 꼼짝없이 누명을 쓰게 된 상황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 쪽 증인은 아무도 없었고, CCTV는 유독 그날만 꺼졌다며 제출되지 않았다. 결국 A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장 접수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는 E와 A가 아직 이 땅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또 프레스에 손목을 잘린 L, 남 편의 폭행을 피해 부은 눈으로 도망쳐 나 온 M, 합법체류를 보장해준다는 말에 전 재산을 사기당한 I, 통역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서로 대거리를 한 후 다음날 화해 한 P를 비롯해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 많 은 의뢰인들. 그들에게 ‘변호사’보다 ‘사장 님’으로 불리던 시절….

최근 출입국행정이 많이 개선되었고, 이 주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전체적인 상 황은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아무쪼록 올 한해는 K, O, R, E, A를 비롯한 모두 에게 평화가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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