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3일 대법원은 박OO 전 제2작전사령관이 낸 ‘재판권 쟁의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에서 박 전사령관에 대한 재판권은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 있다고 결정하였다. 군사법제도와 군인사법령에 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어떻게 박 전사령관은 ‘공관병 갑질’ 물의 이후 지금까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아 왔는가? 그것은 대법원이 지적한대로 국방부가 군인사법령을 위법하게 확대해석하여 군수사권과 군사재판권을 고무줄처럼 늘렸기 때문이다. 그의 잘못과 책임에 대한 최종판단과는 전혀 별개로, 함부로 군사법권을 확장한 군에 대해 분노한다.

주지하듯이, 군인·군무원이 아닌 모든 국민은 비상계엄이 선포가 되지 않은 평시에 ‘군사법원에서 재판받지 아니할’ 헌법상의 기본권을 가진다(대한민국헌법 제27조). 일반 국민이 군인 신분을 취득하여 군사법원 재판권에 편입되는 시점과 그 신분을 종료하여 민간법원 재판권으로 복귀하는 종점은 군인사법과 병역법에 따라 명확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현역의 경우, 입영하는 순간 군인이 되고, 의무복무기간 종료일 자정에 군인 신분에서 벗어난다. 직업군인에 대해서는 군인신분의 종료를 가져오는 전역과 제적에 관한 몇 가지 특칙이 적용된다.

전역에는 원에 의한 전역(소위 ‘자원전역’), 정년전역,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소위 ‘강제전역’. 심신장애, 현역복무부적합 등), 기타의 전역(소위 ‘자동전역’)이 있고, 제적은 공무원의 당연퇴직과 유사하게 파면,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확정 같은 임용결격사유 발생 시 ‘강제 군적박탈’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2작전사령관의 임기를 종료한 박 전 사령관의 경우는 기타의 전역(자동전역) 중 ‘중요부서의 장의 전역’에 해당한다.

군인사법 제20조 제3항은 “중장 이상으로서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전투를 주된 임무로 하는 부대의 장’ 포함)에 해당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은 그 직위에서 해임 또는 면직되거나 그 보임기간이 끝난 후 다른 직위로 전직되지 아니하면 현역에서 전역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합동참모의장은 “그 임기가 끝났을 때 현역에서 전역된다” 참모총장은 “그 임기가 끝난 후 합참의장으로 전직되지 아니하면 전역된다”라고 규정). 자동전역의 전역명령은 형성적인 것이 아니라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다만 인사실무상 전역명령상의 전역일자가 임기종료일보다 하루이틀 뒤로 잡히는 경우 그 처분성과 형성적 효력 발생시점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직위’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당해 계급에 상응하고 국군조직법, 군인사법 등 법령이 정한 공식편제상의 직위여야 한다.

제2작전사령관을 마친 육군 대장이 상향 전직할 수 있는 직위는 합동참모의장, 참모총장이다(현실성은 없지만 수평·하향으로 연합사부사령관, 1·3군사령관으로 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시 등 비상 상황에서 군통수권자가 통합군사령관 등 군사상 필요한 특임직을 임시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군은 박대장에게 ‘육군본부 인사사령부 정책연수’라는 법령에 없는 보직을 부여하여 현역 신분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앞에서 나열한 직위도, 군사적 긴급성과 필요성도 없는 자리를 특정인에게 부여하여 군인신분을 유지시키는 것은 위인설관의 차원이든 처벌 목적이든 모두 허용될 수 없다(군인사법상 징계, 수사 등의 이유로 전역을 보류할 수 있는 것은 원에 의한 전역의 경우에 한한다). ‘다른 직위’의 개념을 넓게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지록위마이다. 그 인사처리가 헌법적 기본권(일반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적극적 권리와 군사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지 아니 할 소극적 권리) 침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위법성은 현저하다. 여론과 정치적 맥락에 좌고우면하다 군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국방부의 반성을 촉구한다.

더불어, 지난 정권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군기무사령부가 저지른 댓글공작 범죄의 심각성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정치현안 관련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인사 등 특정인을 음해하는 (댓)글 올리기 공작에 현역장병으로 구성된 국방조직(기관, 부대)을 조직적으로 투입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병기만 휴대하지 않았으나 실질적인 반란의 주동이자 사이버인격테러의 교사이다. 5·18 군부 쿠데타 이후 헌법의 지상명령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고 군의 명예를 추락시킨 국기, 군기 문란행위이다. 댓글의 숫자, 비율을 말하며 변명하고 책임회피해서는 안된다. 지휘계선에 있던 사람들은 마땅히 준엄하게 단죄되어야 한다.

이들과 더불어, 수년간의 댓글공작과정에서 그 실체를 인지하고서도 침묵한 사람들, 이에 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소홀히 하거나 방해한 사람들도 법적, 역사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군사법 정의 구현과 장병 인권 보호 실현은 실력보다 정직성,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 소임을 맡은 대한민국 어 퓨 굿 맨의 자성과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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