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 0시가 되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라는 방송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묵은 달력을 걷어내고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거는 것은, 달력 한장을 찢어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매력과 함께, 이맘때 우리가 반복적으로 새로운 다짐을 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새롭다는 컨셉을 한번 더 강화시키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에서는 단지 2018년이라고 하지 않고 ‘개띠해 2018년’ 심지어 ‘황금개띠해 2018년’ 이라고 하면서 미사여구를 갖다 부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띠를 논하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방송의 외침과 달리, 2018년 1월 1일이 된다고 하여 무술년, 즉 개의 띠가 바로 시작 되지는 않는다. 대다수 역학자들에 따르면 띠의 기준은 양력, 음력도 아닌 입춘이 그 기준점이 된다고 한다. 나도 입춘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력 1월생인 나에게 말띠라고 하는 지인들을 향해, 음력 12월생 뱀띠라고 하면서 안주거리를 삼은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다. 내가 띠는 음력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했던 것은 단지 띠는 동양의 오래된 전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양력과는 당연히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을 하면서도 당연한 법리로 생각했던 일들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법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소송 결과에 있어서도 생각지 못한 다른 결과로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을 수 있다. 여기서 혹시나 우려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제한적인 부분을 당연한 법리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믿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모든 강에 있는 모든 돌다리를 두드리며 길을 건너기에는 어렵겠지만, 띠가 입춘을 기준으로 바뀐다는 것을 최근에 안 것처럼,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법리에 대해서도 한번씩 의심하는 다짐이 새로이 달력을 거는 이맘때 한번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당신의 띠는 무엇입니까? 변호사로서 당신의 새해 다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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