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진득하게 수사 하면 뭐합니까, 에휴….” 사건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필자의 전화를 받은 부장검사가 깊은 한숨을 쉬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영장 청구 당시 구체적인 피의사실은 수사 중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던 검찰은, 기각 다음날 ‘보란 듯이’ 피의사실을 일부 공개하며 법원 결정에 대한 유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에피소드 둘.

뇌물 혐의 등을 받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한번 기각된 날, 차장검사는 티타임(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일컫는 용어) 자리에서 실제 티(Tea)를 돌렸다. 날도 춥고 마음도 추워서라고…. 기각에 대한 유감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법원의 기각 문구는 그동안 본 적도 없다며 곧장 날을 세웠다.

법조기자로 살아가기 전 검찰은 구속을 대단한 수사 성과로 여긴다는 말을 들었던 필자로서는, ‘구속에 목을 맨다’는 표현이 이래서 나오는건가 싶었다. 물론, 영장을 청구하기까지 밤을 새가며 수사에 ‘올인’했을 검찰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주요 수사를 둘러싼 영장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지만, 지난해 가을 서초동에 발을 들여놓은 필자로선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 진풍경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셈이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서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의 비난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사정의 변화가 없는데도 구속적부심의 판단이 달라지자, 검사들 사이에서는 구속 재판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구속’을 둘러싼 관점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늘 사안의 중대성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영장 결과를 받아보면 법원은 불구속 수사라는 대원칙과 피의자 방어권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이렇다 보니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부분을 늘 불편해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구속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도 언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영장도 재판이라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검찰의 잇단 반박을 견제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그럼 뿌리 깊은 영장 갈등을 해결할 만한 대안은 없는지가 궁금했다. 검찰은 예나 지금이나 ‘영장항고제’를 여전히 대안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추상적인 구속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판례 축적을 통해 정립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대안이 없을까란 질문에 한 법원 관계자의 즉답은 이랬다. “우리는 영장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어요. 갈등은 늘 검찰이 일으켰다니까요.” 짧은 답변 속에, 갈등의 접점을 찾기까지 그들이 갈 길은 여전히 요원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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