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428.8조원이 12월 5일 국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었다. 그동안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여야 간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 와중에 여러 언론의 질타를 받은 후에야 연도말에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해를 넘기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예산안 처리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는 아니지만 나름 준수(?)하다고 하겠다.

과거 예산안 처리를 보면 2000년 이후 2014년 예산안 자동상정제 도입 전까지 회계연도 30일전까지라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처리는 단 1번, 2003년 대선을 앞둔 2003년도 예산안 처리 뿐이었고, 대부분 12월말에 통과되다 2013년도, 2014년도 예산안에 이르러서는 해를 넘겨 1월 1일 새벽에 통과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소위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있었고, 예산안 자동상정제가 도입된 것인데, 그 이후 2015년도 예산안은 기한 내인 12월 2일에, 2016년도와 2017년도는 12월 2일 예산 합의 후 자정을 넘긴 시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어느 정도 순기능을 보여왔다.

그리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국회법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의아했던 것은 “왜 예결위는 일반 상임위보다 위원 정수가 훨씬 많은 50명이나 될까? 왜 위원 임기는 1년일까?” 였는데 그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간단했다.

모든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현재도 임기 중 한 번도 못 들어가는 의원이 100명이나 되니 위원 임기를 늘릴 수도, 위원 정수를 줄일 수도 없는 것이다(지역구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예결위 위원 50명 중 비례대표는 1명이라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예결위에 있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 조정소위원회’, 이름도 긴 이 소위원회가 국회의 수많은 소위원회 중 가장 힘 있는 소위원회라 할 것인데, 그 위원은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의석비율 대로 선임되고, 또 지역적인 안배 등등을 고려하게 된다.(이번 예산소위는 경기 3인, 부산 및 전북 2인, 그 외 시·도 1인씩 1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예산소위 위원 정수는 법령에 규정 없이 매년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로 정하는데, 몇 명으로 하느냐에 따라 예산소위의 역학구도가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면 A당:B당:C당 의석비율이 40:36:24인 경우 위원정수가 15인이면 A당 0.4×15=6, B당 0.36×15=5.4, C당 0.24×15=4.6으로 6인, 5인, 4인이 되는 반면, 13인이면 A당 0.4×13=5.2, B당 0.36×13=4.68, C당 0.24×13=3.12로 5인, 5인, 3인이 되는 것이다.

예산소위의 위상은 “의원 뱃지 다는 것보다 예산소위 들어가는게 더 힘들다”는 의원들의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와 다른 위원회들과 다르게 소위 위원장을 예결위원장이 함께 맡는다는 사실을 보면 잘 드러난다. 소위가 구성되기 시작한 제6대 국회(1964년)부터 제20대인 지금까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예결위원장이 소위원장까지 맡아 왔다.

이렇게 매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의 밀당과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다 보면, 국회가 처음에는 ‘입법부’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입법 기능 못지 않게 국가재정에 대한 통제 기능이 중요해졌고, 국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법률 뿐 아니라 재정 분야의 전문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에 종종 스스로의 모자람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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