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막연해 보였던 법률가들의 형상이, 하나둘씩 먼저 사회에 나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로 구체화 되기도 합니다.

그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첫째, ‘그들도 직장인이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고, 둘째, ‘다른 한편으로는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능성은 현실이라는 옷으로 탈바꿈하여 많은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라는 평범한 세상의 이치를 느끼기도 합니다.

로스쿨 4학기 차에는 경찰실무, 검찰실무, 형사재판실무 등 주로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에게서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습니다. 수업을 듣다 보면 그 분들의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 분들이 그렇게 열정 있게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얼마 전 귀순 북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와 BBC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열악한 근무여건과 나빠진 자신의 건강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이국종 교수는 “거창하게 국가나 조국 생각하지 않는다. 제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좋아서 하는 데까지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이다”라는 취지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짧게 이야기하면 ‘일이니까’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가끔 사람의 매력은 이와 같이 평범한 일상의 반복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살아오면서 ‘법대로 하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다들 한번씩은 있을 듯 합니다. 이러한 표현이 나오게 되는 순간은 더 이상 서로 상대방과의 의견에 관해서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경우일 듯 합니다. 얼마 전에 경상남도 지역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SNS의 글을 공유하거나 뉴스에 댓글을 적은 시민 20여명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20여명 중 3~4명에게는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고 들었습니다. 몇몇 글은 경우에 따라 표현에서 모욕을 느꼈을 수도 있으나 나머지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 댓글들에는 “오만함이 끝이 없네요” “그래요, 처음 듣는 소리네요. 시민의 안방은 시장 것이 아닙니다”와 같은 건전한 시민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현 범위 내의 것들로 평가되는 것들도 있는 듯 보입니다.

‘일이니까 한다’와 ‘법대로 하자’라는 두 문구를 앞에 두고서, 장차 졸업하여 법을 일로 삼아야 하는 우리 로스쿨생들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양심의 순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저에게도 그 씨앗이 가슴 속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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